성산 장기려 박사 희생·사랑 정신, 부산에 웅숭깊게 깃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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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정신과 문화를 어떻게 웅숭깊게 할 것인가. 최근 연간 학술잡지 <성산> 제2호를 발간한 성산인문학연구소는 고 장기려(1911~1995) 박사를 내세우고 있다. 성산(聖山)은 한국의 슈바이처로 일컬어진 장기려 박사의 호다. 연구소와 잡지 이름에 ‘성산’을 내세운 것은 장기려 박사가 인품과 활동, 민족의 분단 상황을 한 몸으로 껴안았던 실천적 사상 등의 측면에서 부산을 상징하고 대표할 수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2018 개소한 성산인문학연구소
연간 학술잡지 ‘성산’ 2호 발간
부산 상징·대표 장 박사 내세워
부산의 위기, 인문학 운동 절실
그의 사상·삶 발전적 계승이 해법

보기에, 부산에서는 김정한 이주홍 안희제 박기종 박재혁 이종률 한형석 최천택 등 다양한 인물들이 조명되고 있으나 그 사상과 정신의 발전적 계승이 제대로 되고 있는가 하는 것은 항상 반추해야 할 과제라 할 수 있다. 장기려 박사의 이름을 내건 성산인문학연구소와 학술잡지 <성산>이 눈에 띄는 것은 그 때문이다. 지난 2013년 부산 동구 산복도로 아래편에 장기려기념관이 문을 열었다. 여전히, 가장 낮은 곳을 통해 가장 높은 곳이 닿은 그의 인술과 사랑이 제대로 알려지고 있는지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성산인문학연구소는 부산의 유림인 박희찬 전 동래향교 전교(성균관유도회 전 부산시본부회장), 융합학문을 하는 김유신 부산대 명예교수를 비롯해 강석철 강성철 김유경 윤상근 씨 등이 모여 지난 2018년 개소했다. 연구소 발족 이전인 2016년부터 21회의 인문학 특강도 했으며, 지난해부터 학술잡지 <성산>을 연간으로 발간하고 있다. 현재 성산인문학연구소는 박희찬 이사장, 김유신 소장, 11명의 연구·편집위원 체제를 갖추고 있다.

과학철학과 전자공학을 공부한 김유신 소장은 “코드화된 지식은 소위 판매하는 지식에 가깝고, 융합적 암묵지가 습관 분위기의 형태로 문화의 저변을 이룬다”며 “성산의 희생·사랑 정신이 융합적 암묵지로서 부산 문화에 더욱 알차게 작동했으면 한다”고 했다. 부산에 인문학 운동이 필요한데, 융합학문과 성산의 정신으로 해보겠다는 것이다.

“부산은 한국전쟁 때 전 국민을 품었던 포용성이 매우 큰 도시이며 대단히 개방적인 도시다. 이미지도 좋으며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수 있는 도시인데 실질적으로 그러지 못했다. 지금 해야 하는 것이다. 특정고 출신들이 부산의 주류를 이뤘으나 그들이 부산에 그렇게 기여하지 못한 것 같다. 외려 기득권을 구축한 측면이 없지 않다. 여하튼 이러저러한 경제·정치·사회적 구조 속에서 부산에서는 대학들이 제대로 크질 못했고, 대한민국의 현 상황도 서울 수도권 독식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부산이 제대로 해야 한다.” 부산에서 문화 운동, 인문학 운동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말이다.

<성산> 2호에서는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 차정인 부산대 총장이 축간사를 썼고, ‘퇴계학의 실상’ ‘인문과학과 자연과학의 대화’ ‘과학을 중심으로 화이트헤드의 철학에 대한 소개’ ‘과학과 은유’ 등 논문 4편, 담론 4편, 단상 4편이 210쪽에 실려 있다. 김유신 소장은 “점차 연구소와 잡지의 체계·지향을 다듬어나갈 것”이라고 했다.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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