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인사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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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제 장치 없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산하기관 단체장 임명권은 정실·보은·코드 인사라는 비판이 많았다. 부산시와 시의회가 시 산하 공공기관장 임명의 적절성을 따져 보는 인사청문회 ‘협약’을 체결한 것이 불과 3년 전인 2018년 8월 29일이다. 그해 10월 부산시의회는 부산교통공사·부산도시공사·부산관광공사·부산시설공단·부산환경공단·부산지방공단 스포원 등 6곳의 대표를 상대로 첫 인사청문회를 열었다. 그리고 교통공사 사장과 스포원 이사장 후보 두 명이 부적합 판정을 받아 결국 낙마했다.

지방의회의 인사청문회는 국회 인사청문회와 달리 법적 구속력이 없다. 통과의례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런데도 시장이 내정한 기관장 임용 후보자를 사전점검할 수 있기에 무의미하다고는 할 수 없다. 청문회를 통해 임용 후보자의 능력과 자질을 검증하는 동시에 시민들에겐 의회와 해당 기관이 어떤 일을 하는지 투명하게 보여주는 계기도 된다. 인사 청문 과정을 통해 지역주민의 정치적 관심과 참여까지 끌어낼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올해 4·7 보궐선거로 당선된 박형준 부산시장이 임명한 공공기관장 인사청문회가 오는 11월 2~3일 부산교통공사와 부산도시공사 사장 후보자를 대상으로 실시된다. 시의회가 후보자 인사검증특별위원회를 구성·의결한 게 7월 15일이었으니 늦어도 한참 늦었다. 더욱이 11월 2일은 제300회 시의회 정례회가 시작돼 행정사무감사와 예산안심사 등 중요한 일정이 즐비하다. 안 그래도 ‘기대 반 우려 반’인데 촉박한 일정에 더 부실한 인사 검증이 되지 않을까 벌써부터 걱정이다.

시의회 인사 검증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는 기관장의 경우는 더더욱 문제다. 지난 22일 부산정보산업진흥원장에 내부 승진한 정문섭 신임 원장은 이달 초 국가인권위원회 경고 조치와 인권교육을 권고한 대상자였음이 드러났다. 인권 침해를 호소한 직원은 앞서 부산시에도 감사를 청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시는 인권위 판단을 깡그리 무시한 셈이다. 지자체부터 인권위 권고를 외면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정보산업진흥원장이 시의회 인사 검증 대상이었어도 시가 이대로 임명을 강행했을까 싶다. 인사 검증 대상을 좀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일정에 쫓겨서 인사청문회를 열지 않도록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에도 나서야 한다.

김은영 논설위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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