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칼럼] 청년에게는 ‘기회의 땅’이 필요하다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주영은 청년 인터넷 언론 ‘고함20’ 기자·공모 칼럼니스트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의 ‘시골 쥐와 도시 쥐’ 이야기는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도시’는 화려하지만 동시에 위험이 도사리는 공간이라는 점에서다. 온갖 위협 때문에 밥 한 끼 마음 놓고 먹을 수 없는 도시에 충격을 받은 시골 쥐는 안전하게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고향으로 돌아가고 만다. 오늘날 청년들도 교육·취업·문화 등 다양한 도시의 혜택을 누리려 서울로 향하지만 높은 물가와 치솟는 집값에 적잖은 충격을 받는다. 하지만 이들은 시골 쥐와 같은 선택을 하지 못한다. 시골 쥐는 고향에서라도 안전하게 삶을 살 수 있었지만, 오늘날 청년들은 고향에서조차 자신의 몫을 누리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지역이 청년의 미래에 적극 투자해
삶의 질 높여 줄 ‘매력적 공간’ 돼야
정책의 인식 전환 장기적 안목 필요

국토 면적의 12%도 안 되는 수도권에 인구 절반 이상이 모여 살고 있다. 살 곳이 없어 집 위에 집을 또 올리고, 더 이상 집 지을 곳이 없어 산도 깎는다. 이미 너무 많이 팽창한 서울은 대기오염이나 미세먼지, 열악한 주거 환경 등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다. 그 사실을 알면서도 청년들은 서울로 향한다. 각자의 목적이 있겠지만 멀리서 보면 한 가지의 이유로 좁힐 수 있다. ‘살길을 찾기 위해서’다.

서울에는 주요 대학과 기업이 밀집되어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매출 1000억 원 이상 벤처기업의 62.2%가 수도권에 입지해 있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 문화가 발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런데 그것이 어느 정도의 선을 넘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돌이킬 수 없는 문제들이 발생하고야 만다. 너무 많은 청년이 도시로 모인다는 것은, 너무 많은 청년이 지역을 떠난다는 뜻과 같다. 도시는 점점 발전하는데 지역은 소멸 위기로 내달린다.

작년 이맘때 벌어진 ‘지역 대학 정원 미달 사태’는 지역의 미래에 보내는 경고장과 같았다. 학령인구가 급감하자 가장 먼저 지역이 타격을 받았고, 그 기저에는 수도권 대학을 선호하는 분위기도 깔려 있다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출산 그래프는 계속해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고 지역은 여전히 경쟁력에서 밀린다. 청년은 지역의 미래다. 지역에서 자리를 잡아 일하고 소비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 모든 행위는 그 지역의 가치를 창출하는 핵심 요소다. 지역이 청년을 잡아야 한다는 뜻이다.

어떻게 하면 지역을 다시 살릴 수 있을까? 해답은 하나다. 지역이 청년들에게 ‘매력적인 공간’이 되면 된다. ‘서울이냐 지역이냐’ 두 가지 선택지 중에서 ‘지역’을 택할 청년은 많지 않다. 이제는 청년들에게 제3의 선택지를 제공할 때다. 취업과 주거의 고민을 덜 수 있고, 도전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새로운 공간이 필요하다. 그 요소를 먼저 갖추는 곳이 지역 미래에 해결책을 가져다줄 수 있다. 지역의 한계를 뛰어넘어 ‘청년 친화적’ 공간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청년의 미래에 투자하는 지역은 미래를 선도할 준비가 되어 있는 공간이다. 지역의 한 사립대를 참고할 수 있다. 이 대학은 학생들에게 ‘실패 장학금’이라는 것을 지급한다. 창업에 도전할 기회를 열어주고 설령 실패하더라도 일정 금액을 보전하는 방식이다. 청년들이 도전하는 그 순간뿐만 아니라 이후의 결과까지 책임지는 대학의 태도는 청년들에게 ‘든든함’으로 자리 잡았다. 이처럼 청년을 책임지려는 지역이 필요하다. 청년들이 서울에 가는 이유는 단순히 서울이 좋아서가 아니다. 조금이라도 더 다양한 경험을 쌓고 새로운 기회를 잡아보기 위해서다. 청년들은 ‘기회의 땅’에 몰리게 되어 있다. 그 기회를 지역이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삶의 질’을 높이는 관점에서 지역의 밑그림을 새로 그려야 한다. 현재까지 지역의 청년 정책은 대부분 일회성 현금 지원에 국한돼 있다. 미취업 청년에게 일정 금액을 지원하거나, 출산을 앞둔 신혼부부에게 현금을 준다. 현금 지원은 순간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지는 몰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궁극적으로 ‘지역이 안정적인 삶을 제공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이 해결되어야 한다. 몇 차례 현금을 쥐여주는 것보다 넓은 교육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지역 학교에 투자하고, 일자리를 늘리고, 출산과 육아를 돕는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시골 쥐가 도시를 방문한 이유는 부귀영화를 누리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도시 쥐가 들려주는 도시의 새로움과 다양함에 기대를 걸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시골 쥐가 더 큰 부를 얻기 위해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것은 아니다. 그저 고향은 도시에서와 달리 적당한 양의 음식을 마음 놓고 먹을 수 있겠다는 확신이 있어서였다. 저출산과 지역 소멸 시대, 이제는 청년들에게 안정적인 기회를 열어주는 지역이 필요하다. 일확천금의 행운을 가져다주지 않아도 된다. 청년들이 정말 필요로 하는 건 도전과 기회다. 지역의 미래에 투자할 줄 아는 공간에는 분명 청년들이 몰릴 것이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