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0.5% 절감’ 쥐꼬리 경제 효과 위해 포기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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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가 사라진다] ④ 작은학교를 위한 변명

“교육청에서도 그러더라고요. 작은 인원이 있는 학교보다는 큰물에서 놀아야 한다고요. 큰 학교로 가면 폭넓게 배울 수 있다고.”

올해 초 사라진 부산 동구 좌성초등학교에 자녀를 보낸 학부모의 발언이다. 교육당국이 학교를 통폐합하는 이유로 강하게 밀어붙이면서 내세우는 논리 중 하나는 작은학교에서 양질의 교육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작은학교를 유지하는데 드는 교육 재정을 절감하기 위한 경제적 논리가 교육적인 이유보다 학교 통폐합에 더 강력한 동기로 작용하고 있다. 학교 통폐합 이슈에 있어 흔히 제기되는 편견을 제시하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 질의응답(Q&A)으로 정리했다.

재정 절감이 통폐합 강력한 동기
16곳 폐지 인건비 등 934억 절감
교육청 전체 예산의 0.5% 불과
교육 효과 고려하면 과비용 상쇄
소외계층 자녀에 심리적 안정감
학교 유형 다양화로 재정 절약도
규모-학력·사회성 간 연관성 없어

Q: 재정 절감 위해 통폐합해야 한다?

A: 결론부터 말하자면 재정 절감 효과는 미비하다. 부산시교육청은 17개 학교를 통폐합한 ‘적정규모학교 육성 2차 사업(2017~2020년)’에서 교육부 인센티브로 1062억 원을 받았고, 대상 학생 지원금액·폐교 리모델링·통합학교 시설 공사 등에 1177억 원을 사용했다. 부산시교육청이 오히려 115억 원을 자체 예산으로 편성해 추가 지출한 것이다. 게다가 여기에는 통합학교에 학생 수가 늘면서 덩달아 증가하는 교원·행정직원의 인건비와 운영비 추가 지출액은 빠져있다.

다만 부산시교육청은 사라진 학교와 규모가 비슷한 학교 16곳과 비교할 때 4년동안 통폐합된 작은학교 16곳 운영비 271억 원과 인건비 663억 원 등 934억 원을 절감했다고 주장한다. 같은 기간 부산시교육청 총 예산은 17조 8621억 원이다. 결국 전체 예산 대비 겨우 0.5%를 아낀 셈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충북과 경북 등에서 2006~2010년 사이 통폐합된 9개 학교를 조사한 뒤 펴낸 ‘농산어촌 소규모 학교 통폐합 효과 분석’ 보고서를 보면 통폐합의 수익/비용(B/C) 분석 결과 ‘통폐합 지원금’을 포함했을 때 수익이 비용의 ‘1.1배’로 나타났다.



Q: 교육재정 지출이 비효율적이다?

A: 같은 액수의 예산을 받더라도 작은학교는 학생 1인당 공교육비가 높기 때문에 비효율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작은학교만이 가질 수 있는 교육 효과의 측면에서 본다면 비용을 상쇄하고도 남는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이런 교육효과는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작은학교 유지 비용에만 매몰되기 십상이다. 게다가 작은학교가 위치한 열악한 지역에 주거환경, 문화시설, 도로교통, 위생 등 사회간접자본 투자가 미비한 점을 고려한다면 해당 지역 학생들에게 교육비를 조금 더 쓴다고 비효율적이라고 매도할 수는 없다.

작은학교 유형을 다양화해 교육재정을 아낄 수도 있다. 단국대학교 박삼철 교수는 논문 ‘극소규모 학교 통폐합 정책의 대안 탐색’에서 호주의 사례를 들며 “소규모 학교들은 최소 비용 유지를 위해 학교장의 수업 참여, 교원 배치 최소화와 교육행정 중앙 집중화 등을 통한 운영의 비효율성 완화를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또 “호주는 학생 수 20명 이하의 극소규모 학교를 유지하기 위해 ‘1교사 학교’의 형태를 유지하면서 모든 행정 사무와 업무는 지역교육청의 담당 장학사와 행정 직원이 담당해 처리한다”부연했다.



Q: 적정규모 돼야 양질의 교육 제공?

A: 박 교수는 같은 논문에서 “소규모 학교를 통폐합한다 해도 적정규모의 학교로 재구조화되지 못하거나 학생 수가 또 줄어든다면 이러한 주장은 전혀 설득력이 없는 공염불일 수 있다”고 봤다. 부산에서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작은학교 통폐합으로 탄생한 통합 초등·중학교 22곳에 대해 학교알리미에서 확인한 결과 적정규모(초등 240명·중등 300명)로 재구조화되지 못한 학교가 모두 9곳으로 40.9%에 이른다. 통폐합 취지 이유가 무색해지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작은학교의 경우 학생 수 부족으로 일부 교육이 제한받을 수 있고, 다양한 방과후활동도 못 한다는 것을 취약점으로 꼽았다.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말이다. 교육과정의 다양성도 중요하지만 작은학교의 경우 교사와 학생 간 일대일 상호작용이 뛰어나기 때문에 교육과정의 질적인 측면에서는 오히려 더 우수하다. 게다가 작은학교는 학생 수가 적기 때문에 무궁무진한 체험활동도 제공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작은학교에서 근무했던 교사들은 학교가 학생들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꼽았다. 지난해 좌성초등에서 6학년 담임을 맡았던 최용준 교사는 “좌성초등에서는 교사들이 아이들과 밀착해 돌봄 기능까지 제공했다”면서 “다문화 가정이나 조부모 가정, 저소득층 자녀들이 더러 있었는데, 교사들이 소외계층 자녀들을 조금 더 챙겨줄 수 있기 때문에 아이들도 큰 행복을 느꼈다”고 강조했다.



Q: 작은학교 학생은 학력이 뒤처진다?

A: 학교의 규모가 학생들의 학업성취도에 영향을 끼친다기 보다는 해당 지역의 사회경제적 여건이 더 크게 작용할 수 있다. 작은학교가 위치한 곳은 부산에서도 교육환경을 비롯한 정주 여건이 열악한 지역이다. 부모의 경제적·교육적 배경이 학교의 규모보다 학생들 학업성취도에 더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학생 1000명 이상 과대학교에서 근무 중인 최 교사는 “좌성초등에서 맡았던 6학년 아이들이 현재 근무 중인 학교로 온다면, 아마도 3분의 1은 성적이 상위권에 들 것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보통 과소학교 학생들은 학년이 올라가도 같은 친구들과 계속 같은 반이 돼 사회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이 또한 ‘기우’에 불과하다. 학생의 사회성은 학교에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학교 울타리 밖의 학원, 마을, 종교단체 등 지역사회에서도 사회성을 키울 수 있다.

황석하·곽진석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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