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영수, 전통적 그림자 내조… 김정숙, 친근함 내세워 적극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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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후보 배우자들은 어땠나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후보 배우자가 가장 주목받은 장면은 2002년 4월 당시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장인의 과거 좌익 이력과 관련해 “이런 아내를 버려야겠습니까”라고 연설하는 모습이다. 후보 배우자가 대선 레이스 중심에 서는 최초의 사례로 꼽힌다.

소셜미디어 등의 발달로 후보와 배우자, 가족의 미디어 노출이 빈번해진 현대 선거에서는 차기 영부인의 역할이 더욱 주목받는 추세다. 문재인 대통령 배우자 김정숙 여사도 특유의 친근한 분위기로 선거 당시부터 대중 접촉이 비교적 활발했다. 김 여사의 호남 표심 공략은 문 대통령 당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는 평가가 많다.

물론 ‘그림자 내조’에 주력하는 박정희 전 대통령 부인 육영수 여사가 심어준 전형적인 영부인상에서 다소 벗어나는 정치 문법이라는 평가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선거에서는 김정숙 여사와 같이 배우자들이 유권자들과 적극적으로 접촉하는 사례가 자연스러운 분위기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와 같은 이미지로 볼 수 있다. 김 전 대통령의 험난했던 정치 여정에 따른 숙명이었지만, 한국 여성운동의 대모격인 이 여사는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로 대외 활동을 마다하지 않았다. 대선 ‘재수생’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아내 김미경 씨도 서울대 의대 출신에 변호사 자격증까지 가진 엘리트로 안 후보의 가장 확실한 정치적 동반자로 인식된다.

후보 약점을 채워주는 역할을 도맡는 경험도 많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 후보 시절 김윤옥 여사가 요리하는 장면을 자주 노출했는데, 기업가로 강한 이미지인 이 전 대통령과 상호 보완하는 분위기를 고려한 것으로 전해진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도 차분하고 조용한 모습을 보였는데, 직전 이순자 씨의 강한 인상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고려한 이미지 메이킹으로 전해진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의 남편 이승배 씨는 이번 대선이 벌써 4번째로 ‘경력직’ 배우자다. 이 씨는 2007년, 2012년, 2017년 대선 과정에서 이미 ‘내조의 달인’이란 평가를 받았다. 이 씨는 심 후보와 같은 서울대 출신 노동운동가로 스스로 ‘주부 남편’을 부각하며 유권자 주목을 받았다. 민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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