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산 명태 썰물처럼 빠지나… 부산 냉동창고 ‘발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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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산 수산물 수입 제한에 대해 중국이 최근 이를 해제하면서 부산지역 냉동창고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8일 수산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중국이 다롄항, 칭다오항을 잇달아 개방해 러시아산 수산물을 수입하기로 결정했다. 중국은 2020년 9월 말 러시아산 수산물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검출됐다며 러시아 식품위생관리부에 이를 통보하고 러시아산 수산물 수입 제한 조치를 시행해 왔다. 이 영향으로 러시아산 수산물은 환적을 위해 부산항으로 몰렸고, 중국으로 가지 못한 러시아산 수산물이 부산지역의 냉동창고에 쌓여왔다. 이에 부산항이 환적항으로 급부상했다.

중국, 수입금지 조치 최근 풀어
창고 30% 차지 러시아 수산물
올 5월께 해당 물량 다 빠질 듯
시설 노후화·경쟁력 하락 업계
“수산물 가공 인프라 조성 절실”

실제로 러시아산 명태의 수출량이 전년 및 평균과 비교해 크게 늘어났다. 관세청과 한국무역통계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명태 수입량은 지난해와 평년 동월에 비해서 각각 83.8%와 88.3%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전체 명태 수입량은 49만 1044t으로, 지난해와 평년에 비해 각각 38.9%와 28.5% 많았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측은 “이는 중국 재수출용 물량이 많이 수입되면서 수치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산항에 러시아산 환적화물이 급격히 몰리자 러시아 수산청은 러시아 냉동운반선이 냉동명태를 지난해 12월 13일부터 평택항을 이용해 환적할 수 있도록 조치하기도 했다. 부산지역 냉동창고에 쌓인 러시아산 수산물의 비율도 높아졌다는 의미다.

하지만 중국이 예상보다 빠르게 제한 조치를 해제하면서, 부산지역 냉동창고 업계는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당장은 중국의 수입금지 해제 조치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지만, 5월께는 해당 물량이 빠질 예정이라 타격이 예상된다는 것.

한 냉동창고 관계자는 “러시아산 환적 화물이 전체 창고 물건의 약 30%를 차지하는데, 이 물량이 빠지면 당장 비율이 떨어진다”며 “수산물 생산량 자체도 떨어지는 마당에 수산물이 아닌 다른 상품이라도 보관해야 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지난달 발행한 ‘명태 수급 및 가격동향’ 보고서에서도 올해 중국의 러시아산 수산물 수입 제한조치가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지만, 예상을 깨고 중국이 최근 이를 해제한 것이다.

게다가 부산지역의 냉동창고 보관료, 인건비 등 경제성이 인천을 비롯한 다른 지역의 냉동창고와 비교했을 때 열악한 상황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960~70년대 생겨난 부산의 냉동창고들이 심각한 노후화 문제를 겪고 있으며, 수산업 불황 탓에 리모델링을 통한 경쟁력을 향상시키도 어렵다고 업계는 입을 모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코로나19를 포함해 어떤 변수가 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수산물 가공 인프라 조성 등 부가가치를 향상시킬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냉동창고를 포함한 수산업계는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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