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세 부담 때문에… 아파트 ‘매매’보다는 차라리 ‘증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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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 한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는 A(52) 씨는 지난해 말 부산진구의 시세 5억 원 아파트를 아내에게 증여했다. 종합부동산세가 부담스러워 세무사와 상담을 했더니, 아내에게 증여할 경우 6억 원 이하 아파트는 증여세를 물지 않을 수 있다는 조언을 들었다. 2억 원 가까이 집값이 올라 양도소득세를 절반 가까이 내야 하자 차라리 증여를 택한 것. A 씨는 “종합부동산세 때문에 집을 팔려고 하니 양도세를 많이 내야 했다”며 “앞으로 세율이 어떻게 바뀔지 몰라 일단 계속 집을 들고 있기로 했다”고 말했다.

작년 부산 지역 아파트 증여 건수
전년 대비 배 가까이 늘어
매매 전년 절반 수준과 대조적
다주택자 양도세·종부세 부담 이유
증여 증가로 시장 공급 감소 우려

지난해 부산지역 아파트 증여 건수가 2년 전보다 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아파트 매매 건수는 전년보다 줄다가 연말에는 전년의 20% 수준으로 급감한 것과 대조적이다. 다주택자가 양도세 부담으로 매매보다는 증여를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1년 12월 부산지역 아파트 매매 건수는 1948건으로, 전월 2475건보다 22%감소했다. 전년 동월 9006건과 비교하면 20%에 불과한 것으로, 2019년 2월 1862건 이후 최저 수준이다.

지난해 전체 아파트 매매 건수는 4만 4809건으로, 전년(8만 853건)보다 크게 줄었다. 특히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가 가시화된 11월(2475건) 이후 크게 감소했다.

매매가 감소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증여는 증가했다. 지난해 12월 아파트 증여 건수는 446건으로, 전체 아파트 거래 중 9.9%를 차지했다. 지난해 증여 건수는 5144건으로, 전체 아파트 거래량 중 7.2%를 차지했다.

아파트 증여 비율은 2020년 이후 증가 추세다. 2019년 전체 거래 중 3.59%를 차지하던 것이 2020년 4.59%로 상승했다.

업계에서는 다주택자들이 양도세와 종합부동산세의 부담을 덜기 위해 증여를 택한 것으로 분석했다. 배우자에게 증여를 할 경우 6억 원 이하까지는 공제가 가능하다. 6억 원 이하의 집은 취득세를 제외하고는 별도 세금을 내지 않고 계속 소유할 수 있는 것이다.

종합부동산세 계산 때에도 부부가 한 채씩 들고 있는 것이, 한 사람이 두 채를 소유하는 것보다 유리하다. 부산의 한 세무사는 “매매를 하면 집을 판 돈에서 양도세를 내는 것과 달리 증여는 취득세를 별도로 마련해야 하는 것이 단점이긴 하지만, 종합부동산세 등의 부담을 생각하면 훨씬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종합부동산세 강화로 다주택자의 주택 처분을 유도해 시장에 매물을 증가시키겠다는 정부의 취지가 현실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라 분석했다. 양도세를 최대 70%까지 물도록 세율을 높인 것이 원인이라는 것이다.

실제 양도세가 강화된 2020년 7월 이후 증여가 급격히 증가했다. 전체 아파트 거래량 중 3~4% 안팎이던 증여가 2020년 7월 7.4%로 급등한 후 이런 흐름이 지속됐다. 솔렉스마케팅 김혜신 대표는 “양도세 강화 후 온라인 부동산 카페나 유튜브 등에서 절세 방법으로 부부 증여를 조언하는 콘텐츠들이 넘쳐 났다”며 “앞으로도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가 지속된다면 증여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증여의 증가로 부동산 시장에 공급이 줄어드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증여 받은 후 5년 내에 매도하면 이월과세로 양도소득세를 계산하기 때문다. 즉 2억 원에 구입한 아파트를 시세 5억 원일 때 증여를 받아 6억 원에 매도를 한다면, 증여받은 시점과 매도액 사이 차익인 1억 원에 대한 양도세가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취득가액인 2억 원을 기준으로 4억 원에 대한 양도세가 부과된다. 결국 증여를 한 아파트는 5년 내에 팔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송지연 기자 s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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