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가야사 왜곡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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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관가야’ ‘대가야’ ‘6가야’ 정도로만 알려졌던 가야가 근래에는 그 영역이 영남을 넘어 호남에까지 닿았음을 알리는 조사와 연구가 이어졌다. 특히 경남 합천과 전북 남원에서 고분이 잇따라 발굴되면서 가야에 대한 인식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 그런데도 가야사는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다. 유적과 유물이 쏟아지지만 학술적 연구가 뒷받침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가야사 복원을 국정 과제로 선정했으나 아직 이렇다 할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자기네가 가야의 본산임을 주장하는 지자체들의 복원 경쟁이 과열되면서 충실한 조사보다는 예산 확보를 위한 성과 내기에 급급해 여러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가야사 복원 문제는 최근 또 다른 양상을 보인다. 이달 초 가락종씨(김해 김씨, 허씨, 인천 이씨)의 문중 모임인 가락종친회가 ‘가야사 바로 세우기 비상대책위원회’를 창립했다. 그에 앞서 지난해 11월에는 지역 향토사학자, 종교인, 정치인 등이 참여하는 ‘가야사 바로 잡기 경남연대’가 결성됐다. 비슷한 시기에 ‘남원시 가야역사 바로 세우기 시민연대’와 ‘가야사 바로 잡기 전국연대’가 활동에 들어갔다.

‘바로 세운다’는 경도되거나 왜곡된 것을 제대로 고쳐 놓는다는 의미다. 가야사 바로 세우기를 주장하는 이들은 기존 주류 역사학계의 가야사 연구 행태와 성과에 회의적이다. 이 때문에 가락종친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7일 김해시청에서 “가야사 왜곡을 멈추라”며 기자회견을 하기도 했다.

가야사 관련 비상대책위원회가 잇따라 결성된 직접적인 계기는 가야 고분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때문이다. 문화재청이 7곳의 가야 고분군에 대해 유네스코 등재를 추진하고 있는데, 그 보고서에 ‘기문국’ 등 에 나오는 지명을 그대로 사용하자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일본의 임나일본부설을 인정하게 된다는 우려 때문이다. 임나일본부설이 허구라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고, ‘기문’이란 용어는 외 다른 사료에도 나와 있어 문제가 없다는 게 역사학계의 입장이지만, 이들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

논란의 이면에는 주류 역사학계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 역사학계가 기득권에 안주하며 새로운 학설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류 역사학계로서도 나름의 이유가 있을 테지만 이들의 목소리를 경청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 모르쇠로 일관하는 게 능사는 아닐 것이다. 임광명 논설위원 kmy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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