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선 후보 단일화, 지방에 무슨 도움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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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왼쪽)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오른쪽)가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KBS 공개홀에서 열린 방송 3사 합동 초청 '2022 대선후보 토론'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왼쪽)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오른쪽)가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KBS 공개홀에서 열린 방송 3사 합동 초청 '2022 대선후보 토론'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3·9 대선이 한 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야권 대선 후보 간 단일화 문제가 핵심 이슈로 부상했다. 최근 국민의힘 원희룡 정책본부장 등 주요 당직자들이 단일화 논의를 공론화한 뒤 윤석열 대선 후보가 ‘통 큰 담판론’을 띄우면서 급격하게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당사자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단일화 가능성을 부정했지만 논란은 확대일로다. 심지어 〈문화일보〉는 9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측 핵심 관계자가 “안 후보 측에 정치개혁안과 함께 단일화 의사를 전달했다”고 보도했고, 이 후보는 “나도 모르게 그런 것 하나”라며 반박하는 일도 있었다. 대선 때마다 주요 변수로 등장한 단일화 논의가 이번에도 예외가 아닌 셈이다.


명분 없는 단일화 되레 역풍 될 수 있어

‘정권 교체’ 이상의 명분과 비전 보여야


야권 단일화 논의가 탄력을 받는 것은 이 후보와 윤 후보가 박빙의 접전을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설 연휴 민심과 최근 TV토론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나타나듯 두 후보는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다. 특히 윤 후보 입장에선 10% 안팎의 지지를 받는 3위 안 후보를 끌어들이면 승리가 확실하다고 판단할 만하다. 역대 대선에서도 단일화는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초박빙의 선거 판세에서 단일화가 승리 가능성을 높일 수는 있지만 필승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정치공학적인 이벤트성 단일화가 역풍이 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왜 단일화 논의를 하는지, 단일화를 통해 추구하는 정책과 협치 등에 대한 고민인데, 그것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현안이 산적한 지방 유권자 입장에선 이런 단일화가 무슨 도움이 되나 싶다. 국민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윤 후보는 9일 보도된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서로 신뢰하고 정권 교체라는 방향이 맞으면 단 10분 안에도, 커피 한잔 마시면서도 끝낼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면서 “(단일화는) 느닷없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죽하면 안 후보가 “10분 만에 할 수 있는 그런 문제가 아니다”고 맞받아쳤겠는가. 두 후보가 정권 교체를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단일화의 계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비전과 가치에 대한 논의를 제쳐 둔 단일화는 권력 나눠 먹기와 다를 바 없다.

단일화 논의가 박스권 지지율을 뚫기 위한 꼼수가 되어선 안 된다. 이제 사흘 뒤인 13일부터 대선 후보 등록이 시작되고 15일부터는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다. 각 후보는 아직 제대로 된 공약집조차 내놓지 못한 상태다. 만에 하나 단일화를 시도하더라도 국민 모두가 공감하는 명분과 목표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국민도 지지할지 말지를 판단할 수 있다. 단일화 자체를 당선을 보장하는 만능열쇠처럼 생각해선 안 된다는 의미다. 안 그래도 추문과 말다툼, 모욕으로 얼룩진 역대 비호감 대선이라는데 ‘안일화’ ‘윤일화’ 하며 옥신각신하며 시간을 허비할 때가 아니다. 지금이라도 정책과 비전 선거에 나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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