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한 날씨·초속 7m 강풍, 확산 ‘도화선’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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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합천 대형 산불 원인

지난달 28일 경남 합천에서 발생해 경북 고령까지 번진 대형 산불은 축구장 950개 면적을 태우는 피해를 내고 1일 진화됐다. 산림청과 지자체 등이 대대적으로 인력을 동원해 진화에 나섰지만 최근 날씨가 건조한데다 바람까지 심해 완전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소방청은 지난달 28일 오후 2시 주민의 산불 발생 신고를 받는 즉시 소방공무원과 의용소방대, 합천·고령군 공무원 등 1964명과 헬기 47대를 대거 투입해 산불 진화에 돌입했다.

산불이 발생한 지난달 28일 오후 합천지역은 건조한 날씨 속에 초속 7m 이상의 바람이 불었다. 이 때문에 산불은 강풍을 타고 금세 인근 경북 고령까지 확산됐다.

발생 당일 진화헬기 조기 철수
산불 확산 속도 급격히 빨라져
산림청 ‘산불 3단계’ 등 발령
발화 원인 찾기 위해 조사·감식
다행히 주민 피해는 발생 않아


이날 산불은 합천군 율곡면 노량리 야산 정상에서 발생해 남서풍을 타고 북동쪽으로 확산하면서 고령군 쌍림면까지 번졌다. 이곳에는 지난달 16일부터 13일째 건조주의보가 발효될 정도로 산지가 바짝 말라 있었다. 여기에다 이날 강풍까지 더해져 불길이 급속하게 번지면서 피해면적은 예상보다 크게 늘어났다.

특히 산불 발생 당일 오후 해가 저물자 진화헬기마저 철수하는 바람에 산불 확산 속도가 급속하게 빨라졌다. 다행히 다음 날인 1일 오전 경남 전역에 약간의 비가 내렸고, 강하게 불던 남서풍이 힘을 잃었다. 이로 인해 산불 확산 속도가 늦어지고 날이 밝으면서 진화 헬기 47대(소방헬기 11대, 산림청 헬기 14대, 임차 헬기 14대, 군 헬기 7대, 국립공원 헬기 1대)가 피해 지역에 투입됐다.

산림청은 이번 산불이 발생하자 산불 인접 기관 인력과 장비를 동원해 진화하는 ‘산불 3단계’와 주변 시·도의 소방력을 동원하는 ‘동원령 1호’를 발령했다.

산림청이 밝힌 산불 피해면적은 합천과 고령에 걸친 야산 675ha가 넘는다. 산불이 발생하자 합천군 율곡면 가재마을과 너부리마을 주민 30명이 노양일구마을회관으로 대피했다. 또 경북 고령군에서는 합가1리 주민 128명이 마을회관으로 대피했다. 또 신천리 주민 110명과 대창요양원과 양로원 입소자 69명이 대가야호스텔과 대가야생활촌 등으로 이송됐다.

소방 당국과 지자체의 발 빠른 대처로 산불로 인한 주민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또 이번 산불 현장과 팔만대장경이 보관된 합천 해인사까지는 직선거리로 18km 떨어져 있어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한편 산림청은 발화 원인을 찾기 위해 국립산림과학원 등과 산불 전문조사반을 구성해 현장에서 조사·감식에 착수했다. 합천군과 경찰도 실화 등에 의한 산불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조사에 나섰다.

합천군 산림과 관계자는 “진화에 주력하고 있고 산불 원인자에 대한 조사도 병행하고 있다. 정확한 조사 내용은 아직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산불과 관련해서는 해당 지자체 산림과 공무원에게 특별사법경찰 권한이 있다. 이날 산불 발생 직후 민가 주변에서 발생한 실화로 추정된다는 주민 신고가 1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국립산림과학원 등 산불 전문조사반과 합천군, 경찰은 발화 원인과 지점, 확산 경로, 인명 및 재산피해, 산불 발화범 검거를 위한 증거 수집 등을 진행 중이다. 김길수·류영신 기자 kks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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