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이병훈, "그리운 미친X" 논란 일었던 시 '유관순' 공유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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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일자 "폄훼 의도 없었다"며 사과
이준석 "하필 3·1절에…민주당 사과하라"

더불어민주당 이병훈 의원 페이스북 캡처 더불어민주당 이병훈 의원 페이스북 캡처

더불어민주당 이병훈 의원이 3·1절에 유관순 열사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논란이 일었던 시를 공유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의원은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3월 1일 오늘이면, 유관순 열사가 여전히 태극기를 흔들고 서 있는 것 같다. 일제에 항거해 분연히 일어섰던 선열들을 기리며 시 한 편 올린다"며 정호승 시인의 시 '유관순'을 공유했다.

그가 올린 시는 "그리운 미친X 간다"는 문구로 시작해 "그리운 미친X 기어이 간다/이 땅의 발자국마다 입맞추며 간다"라는 글로 끝난다.

이 의원은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은 일제강점기라는 엄혹한 상황에서도 애국충정으로 민족의 밝은 등불이 돼주셨던 선열들의 뜻을 받들고 그 정신을 계승하며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어가는데 앞장서겠다"며 "3·1절 103주년, 독립운동에 나섰던 독립운동가의 희생과 헌신,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던 선조들의 정신을 잊지 않고 독립유공자와 유가족 예우에 부족함이 없도록 정성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의원이 올린 시는 유관순 열사 유족들의 요구로 원작자인 정호승 시인이 공개 사과까지 했던 작품이었던 탓에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의원의 페이스북 게시물에는 "원작자가 직접 사과까지 했던 시를 들고 오다니" "유관순 열사 유족들에게 알려드리겠다" 등 분노하는 댓글이 작성됐다.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에도 이 의원의 게시물이 확산되면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정호승 시인은 1979년 발표한 시집 '슬픔이 기쁨에게'에 실렸던 자신의 연작시 '유관순'이 유 열사의 순국정신을 훼손했다며 35년 만인 지난 2013년 사과했다.

당시 정 시인은 이틀에 걸쳐 4개 중앙일간지 광고란에 자신의 이름으로 사과문을 내고 해당 연작시에 대해 "특정낱말(그리운 미친년, 바람난 어머니, 창녀, 문둥이)을 사용함으로써 35년 동안이나 유관순 열사의 고귀한 명예를 욕되게 하고 애국애족의 순국정신을 훼손했다"며 "앞으로 정호승의 이름으로 발간되는 어떠한 시집에도 연작시 '유관순'이 영구히 게재되지 않도록 할 것임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또 "시인으로서 석고대죄하며 참회하고 사죄드려야 마땅한 일"이라며 "포털사이트에도 이 시가 게재되는 일이 없도록 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그의 사과는 유족들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 유관순 열사 유족 측은 2013년 5월 한국시인협회가 발간한 '사람-시로 읽는 한국근대인물사'에 연작시가 수록되면서 시의 존재를 알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일면서 '사람'은 출간 즉시 전량 회수됐다.

유족 측은 당시 언론을 통해 "30여 년 동안 시가 인터넷 등에 돌아다니는 것을 전혀 몰랐다. 열사에 대한 명예훼손이자 모독이라고 받아들였다"며 "시인은 문학적인 표현이라고 생각했겠지만 유족들 입장에서는 지나친 표현이라고 생각해 일간지에 사과문을 내라고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논란이 커지자 이병훈 의원은 게시물을 삭제한 뒤 사과문을 올렸다.

이 의원은 "사과드린다. 3·1절을 맞아 올린 게시물에 부적절한 시를 인용해서 물의를 빚었다"며 "해당 시의 맥락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고, 시인이 사과한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유관순 열사나 선열들을 폄훼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면서 거듭 사과했다.

본지 보도 이후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부산일보> 기사를 페이스북에 공유하며 "민주당 이병훈 의원님이 유관순 열사에 대해서 굉장한 표현상의 문제가 있는 시를 삼일절에 회람시키신 이유는 뭘까요"라고 반문했다.

이 대표는 "이번 선거 민주당의 선거 전략은 특이하지만 우크라이나에 2차 가해하고 유관순 열사 모욕해서 어떤 지지층에 소구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며 "민주당은 하필 삼일절에 유관순 열사를 모욕한 것에 대해 당 차원에서 국민들께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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