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해야죠 간편해야죠 맛은 기본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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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다시 싸는 ‘점심 도시락’

초등학생 자녀 둘을 둔 직장맘 A 씨는 지난해부터 아이들의 도시락을 싸기 시작했다. 긴 코로나 터널이 계기가 됐다. 원격수업을 하는 날이 많았지만 아이들이 점심을 해결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급식 세대 아이들은 ‘도시락’을 즐겁게 여겼다. “개학은 했지만 혹시나 원격수업을 하게 되면 다시 도시락을 싸야지요. 출근 전에 준비해야 하니 ‘만들기 쉬우면서 아이들이 잘 먹는 메뉴’ 찾기가 고민이에요.”

직장인 B 씨도 지난해 코로나 확진자의 폭이 커지기 시작할 때부터 점심 도시락을 싸서 출근하고 있다. 아무래도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식당보다 회사에서 도시락을 먹는 게 안심되기 때문이다. 최근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하는 동료들이 많이 늘었다고 한다. “코로나 사태가 어느 정도 안정될 때까지는 계속 도시락을 쌀 생각입니다. 그런데 비슷비슷한 메뉴가 반복될 수밖에 없어서 좀 물리긴 해요.“

볶음밥·덮밥 등 아이들 위한 한 그릇
메뉴 만들기 쉽고 밥·반찬 따로 담을 필요 없어
어른 입맛에도 안성맞춤… 직장인에 추천

코로나 시대, 자녀를 위해 혹은 자신을 위해 도시락을 싸는 이들이 늘고 있다. “애들 학교 급식종사자 확진으로 급식 중단이래요. 빵을 준다는데 도시락 싸 줘도 된다니 싸야겠지요?” “남편 도시락 싸 주시는 분들, 어떤 반찬 넣으시나요? 주부 5년 차인데도 막막하네요.” 맘카페에도 도시락 메뉴를 묻고 공유하는 글들이 자주 올라온다.

이처럼 도시락을 쌀 때 가장 큰 고민은 ‘메뉴’이다. 어떤 것을 만들어야 할지 막막하기도 하고 복잡한 메뉴는 시간이 오래 걸리니 출근 전 준비하기 부담스럽다. 또 같은 사람이 조리하다 보니, 떠올리는 재료가 한정되고 조리법도 거기서 거기일 수밖에 없다.

그럴 땐 간단하게 만들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한 그릇 도시락’은 어떨까. 밥 따로 반찬 따로가 아니라 도시락통 하나에 담아 먹을 수 있는 덮밥이나 비빔밥, 볶음밥, 주먹밥 말이다.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트리니티 레스토랑의 임익희 주방장에게 레시피를 물었다. 도시락 주제는 ‘출근 전 후딱 만들 수 있는, 자녀를 위한 한 그릇 메뉴’였다. ‘요리 못하는 직장맘’ 기자가 다섯 가지 메뉴를 직접 만들어 봤다. 먹어 보니 어른 입맛에도 잘 맞았다. 직장인 도시락족에게도 추천한다.

■닭고기볶음 덮밥

▷재료: 닭 다리살 100g, 시판 데리야끼 소스 50g, 달걀 1개, 감자 1개, 대파 20g, 표고버섯 2개, 양파 4분의 1개, 부추 20g, 다진 마늘 5g, 미림 1T, 소금·후추 약간, 식용유, 밥(즉석밥 210g 1개)

1. 닭 다리살은 정육을 사용하고, 미림·소금·후추·다진 마늘로 간을 한다.

2. 감자와 표고버섯은 한 입 크기로 자르고 대파, 양파, 부추는 가늘게 채 썰어 준비한다.

3. 달걀은 볼에 잘 풀어 둔다.

4.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닭고기부터 센불로 볶다가 어느 정도 익으면 감자와 표고버섯을 넣고 함께 볶는다.

5. 닭이 살짝 잠길 만큼 물을 넣고 데리야끼 소스를 넣어 약불로 졸인다.

6. 어느 정도 졸여지면 간을 본다. 간이 약하면 데리야끼 소스를 더 넣고 간을 맞춘 뒤 양파, 대파, 부추를 넣고 5분 정도 더 졸인다.

7. 다시 한 번 간을 본 후 달걀을 둥글게 뿌려 살짝 익힌다.

8. 도시락통에 밥을 담고 조리한 것을 올리고 실파, 깨 등을 얹는다.

▷주방장의 팁: 시판용 데리야끼 소스는 달기 때문에 간이 약하면 간장을 조금 넣으면 된다. 닭 다리살을 손질할 때 노란 지방 덩어리들이 보이면 제거한다. 감자가 익었는지 확인해 보고 조리를 마친다. 집에 있는 다른 채소를 넣어도 되고 반찬처럼 꽈리고추를 넣어도 괜찮다. 닭 다리살 대신 닭 가슴살을 사용해도 좋다.

▷직접 해 보니 : 졸이는 시간이 조금 걸리지만 아이들이 가장 ‘엄지척’을 든 메뉴였다. 마트에서 파는 ‘한 끼용 건표고버섯’과 시판 데리야끼 소스를 이용하니 조리가 한결 편했다. 감자를 너무 두껍게 썰면 조리 시간이 그만큼 더 오래 걸리니 조금 얇게 써는 것이 시간을 줄일 수 있다.

■베이컨말이 주먹밥

▷재료: 베이컨 4장, 캔옥수수 10g, 완두콩 10 g, 양송이 1개, 당근 20g, 참기름·깨 약간, 슬라이스 치즈, 밥(즉석밥 210g 1개)

1. 양송이와 당근은 잘게 다져 볶아 둔다.

2. 옥수수알과 완두콩은 물기를 제거한다.

3. 베이컨은 한 장 그대로 쓰거나 반으로 잘라 준비한다.

4. 식힌 밥에 볶아 둔 당근·양송이, 옥수수알, 완두콩, 깨, 참기름을 넣고 잘 섞어 뭉친다. 물기가 많으면 잘 뭉쳐지지 않으니 물기를 제대로 없애야 한다.

5. 기호에 따라 베이컨에 치즈를 얹고 뭉쳐둔 밥을 올린 후 베이컨을 당겨 가며 잘 말아 준다.

6.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베이컨말이를 넣어 약불에 노릇노릇하게 굽는다.

7. 도시락통에 넣어 깨나 실파를 송송 썰어 올린다.

▷주방장의 팁: 옥수수 알과 완두콩은 입자가 커서 많이 넣으면 밥이 안 뭉쳐지거나 부서질 수 있으니 주의한다. 더 간편하게 만들고 싶다면 후리가케나 어린이용 보크라이스를 밥에 섞어 베이컨으로 말면 된다. 베이컨은 제품에 따라 짠맛이 강할 수 있으니 밥에는 소금간을 하지 않는다.

▷직접 해 보니: 두꺼운 베이컨을 사는 바람에 말기가 힘들었다. 얇은 걸로 고르는 게 좋겠다. 야채를 미리 다져 놓는다면 조리시간은 20분 정도. 몇 개는 베이컨을 제대로 말지 못해 베이컨 따로 밥 따로 구워서 말았다. 완두콩 대신 옥수수를 더 넣었다. 톡톡 터지는 옥수수알 식감과 ‘단짠단짠’에 아이들이 환호했다.

■삼겹살 볶음밥

▷재료: 삼겹살 100~150g, 대파 30g, 양파 4분의 1개, 당근 4분의 1개, 미림 10g, 간장 5g, 굴소스 1T, 소금 약간, 밥(즉석밥 210g 1개)

1. 돼지고기는 미림, 간장, 소금으로 밑간해 둔다. 두꺼운 삼겹살도 좋지만 얇은 대패삼겹살을 쓰면 부드러운 고기 질감을 느낄 수 있다.

2. 대파, 양파, 당근은 다진다.

3. 삼겹살을 팬에 구워 잘게 잘라 따로 접시에 담아 둔다.

4. 고기를 구운 팬에 대파, 양파, 당근을 넣고 잘 볶다가 삼겹살과 즉석밥 하나를 넣는다. 소금·후추 약간, 굴소스, 간장을 넣고 밥알이 으스러지지 않게 잘 볶는다.

5. 간을 본 후 도시락통에 담는다.

▷주방장의 팁: 즉석밥은 전자레인지에 돌리지 않고 그대로 볶는다. 볶음밥용 밥을 따로 짓지 않는 이상 즉석밥만큼 잘 풀어지고 잘 볶아지는 밥이 없다. 너무 오래 볶으면 밥알이 뭉쳐지니 적당히 풀어지고 볶아지면 바로 불을 끄는 게 좋다. 취향에 따라 부추, 김치, 김가루, 달걀 프라이를 넣어도 되고, 냉이·달래 등 봄나물도 좋다. 가장 기본적인 레시피이니, 기호에 따라 쌈장이나 고추장을 넣고 볶아도 된다.

▷직접 해 보니: 레시피대로 하니 간이 자극적이지 않아 아이들이 먹기에 좋았다. 채소 다지는 시간을 빼면 15분 만에 완성할 수 있었다. 전날 미리 채소를 다져 놓으면 될 것 같다. 일반 구이용(두께 0.8cm) 삼겹살 한 장 무게가 120g 정도였다. 삼겹살은 간장으로 밑간을 하는 만큼 구울 때 타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

■계란토마토 덮밥

▷재료: 토마토 1개, 달걀 3개, 대파 30g, 브로콜리 15g, 설탕 10g, 굴소스 1T, 진간장 10g, 소금·후추·참기름 약간, 식용유, 밥(즉석밥 210g 1개)

1. 토마토는 꼭지를 따고 깨끗하게 씻어 먹기 좋게 한 입 크기로 썰어 설탕을 뿌려 둔다.

2. 달걀은 소금·후추를 약간 넣고 잘 저어서 풀어 준다. 달걀을 체에 걸러 알끈을 제거하면 더욱 부드럽다.

3. 대파는 먹기 좋게 송송 썰거나 길게 썬다.

4.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불에 올려 달궈지면 파, 토마토, 브로콜리와 간장·굴소스를 넣고 3~4분 정도 볶아 따로 담아 둔다.

5. 토마토를 볶은 팬에 그대로 달걀을 휘저어가며 볶은 후, 볶아 둔 토마토 등을 넣고 함께 볶는다.

6. 마지막으로 참기름을 넣어 마무리하고 밥 위에 얹어 깨나 파슬리 가루를 뿌린다.

▷주방장의 팁: 토마토를 볶을 때 대패삼겹살이나 베이컨을 넣으면 더 맛있다. 토마토는 간편하게 방울토마토를 이용해도 된다. 봄이 다가왔으니 가니시로 세발나물이나 돌나물 등을 곁들여 먹으면 더 좋다.

▷직접 해 보니: 토마토 대신 집에 있던 대추방울토마토 10개를 이용했다. 브로콜리가 들어가니 부드러운 식감 사이에서 아삭한 식감이 느껴져 좋았다. 별다르게 손질할 재료가 없어 10분이면 완성할 수 있다. 색감이 예뻐 더 맛있는 건강식이다.

■봄나물 차돌박이 덮밥

▷재료: 세발나물 10g, 돌나물 10g, 미나리 10g, 냉이 10g, 달래 10g, 양파 20g, 양송이 2g, 된장 10g, 달걀 1개, 차돌박이 100g, 마늘 5g, 소금·후추 조금, 밥(즉석밥 210g 1개)

1. 봄나물들은 잘 씻어서 물기를 빼 놓는다.

2. 양파와 양송이는 가늘게 채 썰고 달걀은 볼에 풀어 준비한다.

3. 팬에 기름을 두르고 양송이와 양파를 숨이 죽을 때까지 볶는다. 마늘을 넣고 조금 더 볶고 물을 한 컵 넣는다.

4. 된장을 풀어 기호에 맞게 간을 맞추고 소금, 후추를 약간 넣는다.

5. 달래와 냉이를 넣어 조금 졸인 뒤, 계란을 넣고 조금 더 조리한다.

6. 차돌박이는 시판용 데리야끼 소스나 소금·후추를 넣고 따로 잘 볶는다.

7. 도시락통에 밥을 담고 ‘5’의 완성된 음식을 올린다.

8. 그릇을 중심으로 둥글게 세발나물, 미나리, 돌나물을 올리고 가운데 차돌박이를 올린다.

9. 실파·깨 등을 얹어 마무리한다.

▷주방장의 팁: 생으로 먹을 수 있는 봄나물과 생으로 먹기에 조금 힘든 봄나물을 따로 조리해서 덮밥을 만들었다. 방울토마토를 2개 정도 썰어서 올리면 색감을 더 살릴 수 있다. 된장 맛이 강할 경우에는 일본 미소된장을 써도 된다.

▷직접 해 보니: 3월이 됐으니 계절에 딱 맞다. 나물을 잘 먹는 아이들이라도 봄나물은 조금 다른 영역이다. 아이들이 잘 먹을까 염려했지만 데리야끼 소스로 볶은 차돌박이가 한몫을 단단히 했다. 사실 가장 어려운 것은 냉이 다듬기였다. 전날 봄나물을 씻고 손질해 놓으면 차돌박이만 구워 올리면 돼 간편하다. 보기만 해도 ‘봄맛’이 가득 느껴진다.

글·사진=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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