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전 지속·러 제재 여파, 국제유가 배럴당 100달러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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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상황이 악화되고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 여파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다. 이 같은 높은 유가는 2주쯤 후 국내 기름값에 바로 영향을 미칠 예정이다. 아울러 세계 곡물 생산량 1~2위인 밀과 옥수수 가격 역시 전쟁으로 인해 급등하고 있다.

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7.69달러 오른 배럴당 103.41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2014년 7월 22일 이후 최고치다. 브렌트유는 2월 28일 100.99달러로 100달러를 넘었는데 3월 1일엔 104.97달러에 이르렀다. 두바이유도 곧 100달러를 돌파할 전망이다.


WTI, 103.41달러로 거래 마쳐
2014년 7월 22일 이후 최고가
식자재용 밀·옥수수 가격도 급등
정부 “동유럽산 옥수수 추가 확보”

국제유가 상승은 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데다 서방 국가들의 대러 제재 수위가 높아지면서 원유 공급망에 차질이 초래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세계 3위 산유국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 31개 회원국은 이날 유가 안정을 위해 비상 비축유 6000만 배럴을 방출하기로 했다. 이는 2011년 이후 처음이며 1974년 이후 네 번째다. 안전자산인 금값도 급등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금은 온스당 43.10달러 오른 1943.80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문제는 필수 식자재인 밀과 옥수수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식량작물 대부분의 가격이 크게 올랐는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가격 상승이 더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러·우는 밀 주요 생산이자 수출국으로 두 나라를 합하면 세계 생산량의 14.0%, 세계 수출량의 28.5%에 이른다. 우크라이나는 옥수수 4위 수출국으로 세계 수출량의 16.4%를 맡고 있다. 밀 선물가격은 평년 가격이 t당 188달러였으나 2021년에 258달러까지 올랐으며 올해 2월에는 290달러에 달했다.

옥수수는 t당 평년가격이 146달러였으나 올해 2월 254달러에 이르렀다. 이런 와중에 러·우 전쟁이 터진 것이다. 농촌경제연구원은 “흑해지역이 세계 수출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데 두 나라의 전쟁은 곡제곡물 가격 상승폭을 확대시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1일(현지시각) 5월 인도분 밀 선물 가격은 가격 제한폭까지 오르면서 부셸(27.2㎏)당 9.84달러에 거래됐다. 2008년 4월 이후 최고치다.

정부는 2일 ‘우크라이나 사태 비상대응 TF회의’를 열고 우크라이나산 식용 옥수수 18만t의 국내 반입이 불확실해지자 대체입찰을 통해 동유럽산 16만 5000t을 추가로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날 정부는 “대러 수출통제 강화조치에 따라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생산과 수출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이 자국 기술과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제3국 생산제품에 대해 역외통제(FDPR)를 실시하는 데 대해 한국이 포함되면서 우리 기업들이 직접 영향권에 들어갔다.

그동안 다른 서방국들보다 대 러 제재 수위가 다소 낮아 보였으나, 한국도 부랴부랴 보조를 맞추는 모습이다. 앞서 1일 7개 주요 러시아 은행 및 자회사와의 금융거래를 중지하고 러시아 국고채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며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배제를 이행하기로 했다. 미국이 유럽연합(EU)과 일본에 대해서는 FDPR 적용을 면제했지만, 한국은 여기에 포함되면서 기업 활동의 제약은 물론 한·미동맹의 신뢰에 의문까지 제기됐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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