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10년 후에도 살아남는 기업이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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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익민 부산 산학관 융합포럼 이사장

매년 연초가 되면 라스베가스에서 세계 최대의 가전박람회 CES가 개최된다. 올해 55주년을 맞은 CES에서는 600여 개의 신기술에 영광스런 혁신상이 수여되었는데, 헬스 케어 및 모빌리티 부문 기업의 약진이 눈에 띄었다. 음향과 기압 센스로 수면 상황을 판단하고 에어백으로 머리 위치를 조절해 줌으로서 코골이를 완화시키는 베개, 애완견의 코 지문사진으로 주인을 찾아주는 인식기술 등이 눈길을 끌었다. 모빌리티 분야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기술은 007 영화의 본드 카를 연상시키는 색상 변화 차량이었다. 독일의 BMW는 전자 잉크 기술을 바탕으로 차량 색상과 패턴을 변화시키는 융합기술을 개발하였다.

올해 CES에 미국 다음 두 번째로 큰 규모로 참가한 우리나라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혁신상을 수상하였다. 삼성전자는 블록체인을 활용한 NFT(대체불가능토큰) 기반의 디지털 자산 거래 플랫폼을 TV에 탑재한 기술로, LG전자는 97인치 고화질 OLED TV 기술로 혁신상을 받았다.

전통적인 가전제품 외에도 박람회장을 더욱 뜨겁게 한 것은 전기자동차였다. 그 결과 이번 가전박람회는 모터쇼를 방불케 하였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한번 충전으로 1000km를 주행하는 전기차와 모빌리티 핵심기술, 미국의 GM과 포드는 자국 시장에서 가장 인기 차종인 픽업트럭 분야에서 가성비 좋은 전기차를 경쟁적으로 발표하였다.

일반적으로 IT 산업은 10년 주기로 진화한다고 한다. 진화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기업은 도태되고 만다. 모토롤라와 노키아는 새로운 혁신에 대응하지 않다가 애플과 삼성에게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10년 후에도 도태되지 않고 살아남는 기업이 될 수 있을까? 한때 최고의 가전기업이었던 소니가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컬러 TV와 워크맨 등으로 세계시장을 석권하던 소니는 베타방식과 VHS 방식의 비디오테이프의 표준전쟁에서 실패하면서 급격히 몰락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최근 카메라 센싱, 통신 등 전자 핵심기술을 바탕으로 엔터테인먼트를 접목하면서 부활하고 있다.

전자 산업에 비해 기술의 혁신 주기가 길었던 자동차 산업은 최근 전자산업과 융합한 모빌리티 산업으로 변화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미 예고되어 있는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은 약 3만 개의 자동차부품 가운데 30%에 달하는 엔진 부품의 제조업체를 도태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2019년 한국자동차연구원 조사에 의하면 엔진부품업체가 2815곳에 달하는데 업종 전환을 하지 않는다면 공장 문을 닫아야 할 것이다.

부울경에도 많은 자동차엔진 부품 업체가 있다. 이들 기업의 미래는 불투명하며 어쩌면 전례 없는 어려움에 봉착할 것이다. 회사의 책임자들은 막막할지도 모르겠으나 살아남기 위해서는 새로운 분야를 찾아 나서야 한다. 현재의 주조 금형 등 뿌리기술을 살리면서, 디지털 헬스 케어 기기, 모빌리티 부품 등 새롭게 수요가 창출되고 있는 혁신 분야와의 융합을 적극 고려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어떻든 제품의 혁신에는 필연적으로 소부장 기술, 즉 신소재 및 소프트웨어가 내장된 부품, AI 장비 등의 기술 혁신이 요구된다. 이들 기술을 지속적으로 혁신하면서, 로봇 및 스마트 홈 등 미래기술 분야에서도 활로를 찾아야 10년 후에도 도태되지 않는 기업으로 남게 될 것이다. 기업의 책임자들은 이종 업종과의 교류 기회나 대학의 평생기술교육의 기회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참가하고, 글로벌 기업의 융합 혁신 정보 수집은 물론 대학의 디지털 인력의 확보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독불장군식의 기술시대는 없다. 앞으로의 혁신은 융합에서 그 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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