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부산관광협회 창립 60주년 영광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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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순복 여행작가/방송인/ 대륙항공여행사 대표

부산관광은 한반도의 운명을 가른 슬픈 역사와 함께한다. 1905년 1월 1일 경부선이 개통되고 9월 11일 한일정기 여객선 이키마루가 취항했다. 관부연락선은 물산 침탈, 징용자수송로이자 만주로이어지는 대륙침략항로였다. 1909년 4월 1일 부산-신의주-만주로 이어지는 열차가 개통되고 부산진-동래 남문-동래 온천장까지 전차가 운행되면서 부산항에 내려서 내륙으로 들어가는 일본인들을 위한 관광 상품이 만들어졌다.

일제강점기 부산관광협회에서 발행한 팜플릿 앞면에는 금정산과 범어사 조계문, 한복 입고 춤추는 기생과 함께 부산부청과 영도다리가 디자인되어 있다. 뒷면에는 용두산 신사, 동래 온천장, 송도해수욕장, 해운대 온천, 부산관광코스가 실려 있다. 동래 온천장의 마스코트였던 고바우할아버지 석상은 오늘날까지 남아 있다.

1963년 7월 1일 부산관광협회가 설립된다. 초대회장은 동명왕국의 신화를 남긴 강석진 회장이었다. 내년이면 창립 60주년이다. 부산관광협회는 관광호텔업, 관광식당업, 관광기념품판매업, 관광카지노업, 국제회의기획업, 국내여행업, 관광공연장업 등 1000여 개의 관광 사업자와 특별회원들로 구성된다.

2022년 2월 4일 제26대 회장 입후보 희망자는 등록하라는 공고가 있었다. 이어 14일 제 23대, 24대 회장을 연임했던 관광식당업을 하는 이태섭 대표와 제 25대 회장 태평양관광 송세관 대표가 입후보 등록을 했다. 입후보자는 회원 30인 추천서와 2000만 원을 기탁하면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회장 선출은 대의원 총회에서 투표로 결정된다. 대의원은 회장단 6명, 여행업 30명, 관광호텔업 18명, 관광식당업 15명, 국제회의기획업 1명, 카지노업 1명, 유람선업 1명, 특별회원 6명 등 80명으로 구성된다.

두 후보가 대의원들을 찾아다니며 선거운동을 하고 있을 때 선거관리위원회는 이태섭 대표의 후보자격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 회장은 1회에 한하여 연임할 수 있다는 정관 개정안은 이사회, 대의원 총회가 열릴 때마다 난상토론 끝에 부결된 안건이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5명으로 구성되며 회장이 임명한다. 위원으로 추천받았던 부산초량왜관연구회 회장 강석환 대표는 여행업만으로 구성된 일방적이고 편파적인 선거관리위원구성을 반박하며 다투었다. 강석환 대표가 자진사퇴한 후 여행업 4인 관광식당업 1인으로 재구성된 선거관리위원회는 부산시를 방문하여 부적격 후보의 출마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전했다. 부산시는 행정법령을 적용시킬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의결권이 없는 선거관리위원회의 부산시 방문은 부산관광협회의 갈등과 분열의 민낯을 드러낸 초법적 처사였다. 명예욕의 늪에 빠져 대의를 저버리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초유의 사태는 송세관 후보의 경선 포기로 일단락된다. 명분이 서지 않는 일로 볼썽사납게 다투는 모습을 보여줄 수 없다 아우라가 느껴지는 멋진 엔딩은 오래도록 회자될 것이다.

이태섭 후보는 지난 8일 개최된 대의원총회에서 제26대 회장으로 선임되었다. 아름다운 선거는 없다. 대의원 확보를 위한 여행업의 편가르기는 극단적 폄하와 예정된 굴욕이었다. 협회분담금을 대신 납부해 주었단다 등 수많은 네거티브는 선동의 레토릭이었다.

여행이 언제쯤 가능해질지 점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관광협회의 원활한 운영을 위한 예산지원 관광진흥법 개정, 손실보상에서 제외된 여행업 손실보상 대정부 건의, 디지털관광 지원사업 예산 확보, 2030 부산세계박람회유치활동 등 추진해야 할 사업들이 너무도 많다. 힘들고 어려운 세상이다. 부산관광협회는 대립을 넘어서 소통과 협력으로 하나가 되어야 한다. 제26대 회장으로 선임된 이태섭 회장이 부산의 관광역사를 새로 쓰는 위대한 일꾼이 되기를 간절하게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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