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에 새겨진 시간… 그걸 담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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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사진가 로렌느 티리아는 벽에 담긴 시간을 사진으로 담아낸다.

“제게 있어 벽은 머물러 있거나 고정된 사물이 아니라, 이야기와 역사를 담고 있는 살아있는 대상과 같습니다.”

프랑스 사진가 로렌느 티리아는 벽에 새겨진 시간을 담아낸다. 티리아 작가의 세 번째 사진전이 부산 해운대구 우동 부산 프랑스문화원 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린다. 27일까지 진행되는 전시에서는 64점의 벽 사진이 소개된다.

프랑스 사진가 로렌느 티리아 전시
부산 프랑스문화원 아트스페이스

작가는 여성·아동 권익보호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다 베르사이유 벽화예술학교 등에서 예술교육을 받고 장식화 전문가가 됐다. 화가였던 그는 그림을 위한 소재나 영감을 얻는 도구로 사진을 사용하던 중 사진의 매력에 빠져 4년 전 사진가로 전향했다.

작가는 사진을 회화적 시선으로 바라본다. 낡은 벽의 페인트 흔적을 시간의 구체적 형태로 받아들이고, 벽의 질감 등을 카메라로 포착한다. 벽은 그에게 피부이며 신체이며 기억이다. 작가는 벽면의 선, 패인 홈, 결과 상처를 통해 벽에 새겨진 시간을 읽어낸다.

작가는 사진을 두 종류로 인화한다. 인화지와 브러쉬드 알루미늄본드. 알루미늄 인화는 ‘회화적 역동감’을 표현하기 위해 선택한 것이다. 일반 인화지에선 하얀 선으로 나타날 수 있는 부분이 알루미늄을 사용하면 번개가 치는 것 같은 느낌으로 살아난다.

“자연 빛이나 인공 조명을 받아 나오는 금속 광채를 통해 사진에 살아있는 움직임을 더합니다. 사진 속 벽을 봤을 때 제가 느낀 진동감이나 생동감을 끌어내는 것입니다.” 티리아 작가는 세월을 겪어내고 과거의 흔적을 지니고 있는 벽들을 좋아한다. 이런 벽은 시간의 발자취를 증명해 보이는 것 같기 때문이다. 그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무언가를 들춰내기 위해 상상력을 활용한 추상화 작업을 시도한다고 했다.

“습관적으로 벽 하단 부분을 유심히 봅니다.” 그는 파리 시내 카페에서 찍은 사진은 벽의 일부분이 색·질감·구성에서 그림 같은 느낌을 줘서 카메라에 담았다고 했다. “추상화를 보는 듯 제 시선을 잡아당겼습니다. 너무 작은 부분이라서 다시 현장에 가도 그런 느낌이 안 올 수도 있습니다. 저의 작업은 불변의, 몽환적인 그리고 감성적인 공간으로서 벽을 창조해 나가는 것입니다.” 051-746-0342. 글·사진=오금아 기자 ch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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