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고아들의 자립 위해 기술보육원 지어 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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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일석 대방인더스트리 대표

“아프리카에 기술보육원을 설립하는 게 제 꿈입니다.”

포장재 등을 아프리카에 수출하는 대방인더스트리의 홍일석 대표는 서아프리카 토고 등의 아동에게 ‘키다리 아저씨’로 불린다. 1999년부터 이곳 보육원에 학용품을 기부해오고 있으며, 2008년에는 한인교회·지인 등과 함께 힘을 모아 병원을 설립했다. 이어 아프리카 고아들의 자립을 위해 기술보육원 설립도 추진 중이다.

“우리나라도 어려운 상황이지만, 아프리카에서 사업을 하는 제 입장에서는 이들이 성년이 되었을 때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게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토고에 포장재 수출하며 학용품 기부
병원 건립 참여, 연 1000만 원 쾌척
“은퇴 기술자 초빙 재능 기부 추진”

1961년 부산에서 태어난 홍 대표는 대동고, 동아대 법대를 졸업한 후 제약회사 부산출장소에서 일하던 중 서아프리카 토고 관련 일을 하는 형 지인으로부터 함께 일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홍 대표는 “평소 미개척지인 아프리카에서 사업을 해보고 싶었던 차에 제안을 받고 뛰어들었다”며 “처음에는 언어의 장벽과 문화적 차이로 한국산 어망과 로프를 토고와 가나, 베냉, 말리 등 서아프리카 주변국에 판매하는 영업이 쉽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퇴근 후 인근 대학교에서 불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는 “이때 공장 주변에서 말라리아와 기아로 사망하는 유아들을 보고 안타까웠고, 기회가 되면 도와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주경야독의 노력 끝에 바이어와 의사소통이 가능하게 되면서 영업도 탄력이 붙기 시작했다. 결혼 후 부산으로 온 그는 1995년 완구 무역업체를 창업했지만 치열한 경쟁 때문에 3년 만에 문을 닫고 말았다. 이탈리아 발전기 관련 회사에서 일하다 다시 예전의 회사에 재입사해 어망과 로프를 생산하는 베트남·토고 공장 관리와 영업을 맡았다.

홍 대표는 “이때부터 지인과 함께 토고의 보육원을 돕기 시작했다”며 “수출용 컨테이너 여유 공간에 실어 온 연필과 스케치북, 가방, 노트 등의 학용품을 보육원생에 나눠 주니 ‘트레봉’ 하면서 뛸 듯이 기뻐하는 모습을 볼 때 정말 가슴이 뿌듯했다”고 말했다. 이때부터 정기적으로 학용품을 지원했다.

이어 한인교회와 주위 지인들이 병원을 건립하자고 제안해 2008년 가정의학과와 안과 등의 재현메디칼을 설립하는 데 힘을 보탰다. 홍 대표는 “병원 건립 비용과 보육원 운영비 등으로 매년 1000만 원 정도 기부했다”고 말했다.

2014년 창업 기회를 엿보고 있던 홍 대표는 포장재를 전문적으로 수출하면 좋겠다고 생각해 지금의 회사를 설립했다. 이어 관련 공장도 인수한 다음 토고에 이어 세네갈, 콩고, 나이지리아 등으로 시장을 확대했다.

또 부산사랑의열매의 희망2022나눔캠페인에 1000만 원, 세자녀낳기운동본부에 300만 원 등을 기부했다. 이에 앞서 모교인 대동고와 동아대에 여러 차례 총 3000만 원의 발전기금도 냈다.

홍 대표는 “자원이 빈약한 우리나라가 공업입국을 통해 선진국으로 도약했듯이 아프리카도 기술 습득을 통해 자립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주위에 기술보육원 설립 아이디어를 제안해 협력을 이끌어냈고, 이 계획을 토고 정부에도 제안해 2015년 기술보육원 설립 부지 2만 평을 무상으로 받게 됐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현재 한인교회와 지인 등과 함께 2025년 개원을 목표로 기금을 모으는 한편 2018년 보육원학교를 설립해 불어 등 기초소양 교육을 하고 있다.

홍 대표는 “국내 은퇴 기술자(용접, 선반, 밀링)를 교사로 초빙해 1~2년간 재능 기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며 “앞으로도 아프리카인의 경제적 자립에 도움이 될 방안을 지속적으로 찾아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임원철 선임기자 wcl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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