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크라 돕는 서방 수송선 폭격” 경고… 나토와 확전 불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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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에서 14일(현지시간) 한 할머니가 구조대원의 도움을 받아 폭격을 맞은 아파트에서 탈출하고 있다(왼쪽). 13일 영국 런던 다우닝 스트리트 근처에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규탄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가운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키이우의 한 병원에서 부상을 입은 군인과 악수하고 있다. 로이터·AFP·AP연합뉴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지원용 무기를 실은 서방 수송선을 공격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러시아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간 직접 충돌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러시아가 폴란드 국경에 인접한, 우크라이나 서부 야보리우에 있는 훈련장과 군사시설에 대규모 폭격을 가한 것은 서방에 보낸 경고 메시지라는 해석도 나온다.

13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세르게이 라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지난 11일 “여러 국가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하고 있다”며 “이는 러시아에 대한 공격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무기를 실은 수송선을 폭격하겠다”고 경고했다.

러 외무차관 “수송선 공격” 발표
폴란드 국경 인근 대규모 폭격도
서방, 국방비·무기·전차 등 지원
“수송선 공격은 전면전 선포” 주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상공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해 달라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요청을 연이어 거부하고, 나토는 러시아와 전면전을 벌이거나 우크라를 방어하기 위해 군대를 파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것이 곧 3차 대전이라는 게 바이든 대통령의 주장이다.

그러나 서방은 파병만 하지 않을 뿐, 우크라이나에 상당한 군사적 지원을 약속하고 무기도 속속 보내고 있다. 미국은 65억 달러(약 8조 원)의 국방비 지원을 약속했고 영국은 3615개의 대전차 미사일과 자벨린 대전차 무기를, 북유럽 국가는 1만 개 이상의 대전차 무기를 보냈다. 라브코프 차관은 이와 관련해 “이제 우크라이나를 도울 무기를 실은 수송선은 우리의 합법적 목표물이 됐다”며 “이에 대한 공격을 감행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실제 러시아는 이날 폴란드의 국경선에서 불과 25km 거리에 있는 야보리우 기지에도 수십 발의 순항 미사일을 퍼부었다. 우크라이나는 이번 공격으로 35명이 사망하고 134명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단일 공격으로는 상당히 큰 인명 피해다.

서방 언론은 집중 폭격이 이뤄진 곳이 야보리우의 국제평화유지·안보센터라고 보도했으나 러시아는 ‘용병 캠프’라고 반박했다. 이 시설은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강제 합병하자 미군과 나토군이 러시아군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우크라이나군과의 합동훈련시설로 활용한 곳이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이번 공격으로 용병 180명을 제거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군이 야보리우를 공격한 것에 대해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은 러시아가 서방에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폴란드 국경에서 차로 30분 거리인 야보리우는 서방의 무기가 도착하는 폴란드 제슈프 공항과 우크라이나 서부 도시 르비우를 잇는 경로에 있다. 라브코프 차관의 경고가 이번 공격으로 실행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이에 대해 FT는 실제 러시아가 수송선을 직접 공격하면 나토와의 전면전을 선포한 것과 다름 없으며, 나토가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나토는 지금까지 군사적 개입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가디언은 그러나 동부 유럽의 나토 회원국의 방위력이 강화됐고, 특히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고전하는 터라 나토 회원국에 대한 직접 공격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한편, 젤렌스키 대통령은 14일 영상 연설을 통해 자국 상공을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해줄 것을 나토에 재차 촉구했다. 현지 매체 우크르인폼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우크리이나 상공을 폐쇄하지 않으면 러시아가 쏜 로켓포가 나토 소속 국가 영토에도 떨어지는 일은 시간 문제”라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또 13일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병원에 대한 공격을 멈추라고 촉구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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