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보상금’에도 과세?… 고성 어민들 “수령 거부”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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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고성군 하이화력발전소 건설에 따른 어업 피해 보상금을 놓고 난데없는 ‘과세’ 논란이 일고 있다. 사업자가 최근 조세 판례를 근거로 보상금 일부를 세금으로 떼고 주겠다고 하자, 어민들이 수령을 거부하며 반발하고 있다. 이번 논란의 결과가 각종 피해 보상금 지급의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고성 그린파워(GGP) 어업피해공동대책위원회는 최근 내부 회의를 열어 보상금을 받지 않기로 결의했다고 13일 밝혔다. GGP는 고성 하이면에 석탄화력발전소를 건설 중인 민간 사업자다. KDB인프라자산운용(42%), 한국남동발전(29%), SK가스(19%), SK에코플랜트(10%)가 투자사로 참여했다.

고성군 하이화력발전소 건설
어업 피해 보상금 22% 원천징수
“사업소득으로 봐야 마땅한데…”
어민 대책위 보상금 거부 결의

대규모 건설 사업에 따른 어민 피해를 놓고 갈등을 빚던 양측은 2018년 고성군의 중재로 어업 피해 조사에 착수했다. 이후 지난해 10월, 하이면 앞바다를 주 조업지로 하는 고성, 통영, 남해, 사천지역 어민 2000여 명에 50억 원 상당을 보상하기로 했다. 1인당 250만 원꼴이다.

그런데 최근 GGP가 ‘원천징수’ 방침을 굳히면서 일이 꼬였다. 원천징수는 부과될 세금을 미리 거둬 납부하는 것이다. 지난해 8월에 나온 조세법 판례를 근거로 피해 보상금을 ‘기타 소득’이라고 판단한 GGP는 세율에 따라 지급액 중 22%를 떼겠다고 통보했다. 책정된 보상금이 500만 원이라면 390만 원만 어민에게 주고 110만 원은 세금으로 내겠다는 의미다.

반면 대책위는 “어업 피해 보상은 줄어든 어민 소득을 보전하기 위한 손실 보상으로 벌어들인 소득과 동일한 사업소득으로 봐야 한다”고 맞섰다. 구언회 위원장은 “그동안 집행된 어업 피해의 보상 중 세금을 징수한 사례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거센 반발에도 GGP는 원천징수를 고수했다. 한 발 물러선 대책위가 보상금 중 어업경비에 해당하는 60%를 제외한 40%에 한해 소득세 8.8%를 과세하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GGP는 ‘우리가 판단할 사안 아니다’며 거부했다. GGP 관계자는 “법무법인과 세무법인에 질의해 받은 답변에 따라 방침을 정했다. 원천징수하지 않으면 10% 가산금까지 물어야 해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세금 납부 뒤 사업자가 경정 신청을 해 환급받을 수도 있지만, 이 역시 원천징수를 해야 가능하다”면서 “국세청이나 관할 세무서에서 명확한 답변을 내놓으면 따르겠지만, 지금처럼 무조건 수령을 거부하면 법적 소송을 벌이거나 법원에 공탁을 걸 수밖에 없다”고 선을 그었다.

지역 수산업계는 이번 사안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각종 피해 보상금 집행과 수령의 새로운 잣대가 될 수 있어서다. 인접한 통영만 해도, 한국가스공사 LNG생산기지 건설·가동에 따른 어업 피해 보상을 놓고 공사와 어민 간 갈등이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2013년 345억 원 규모 1차 보상이 이뤄졌지만, 당시 대상에서 염소와 패류 소음 피해 보상을 둘러싼 논쟁이 치열하다. 이 역시, 인정 여부에 따라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지금까지 염소, 소음 피해는 인정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진행될 보상에 대한 과세는 물론, 경우에 따라 기존 피해 보상에 대한 추징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면서 “어민 입장에선 상당히 중요한 문제다 보니 조심스럽게 진행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고성 하이화력발전소는 GGP가 총 사업비 5조 1960억 원을 투자하는 2080MW급 민자 유연탄 발전소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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