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문학 보듬는 ‘80대 농부 시인’의 청아한 정신을 기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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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꾼이 1억 원을 기탁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시인 신용찬(84) 옹은 1938년 경남 창녕 남지에서 가난한 소작농의 차남으로 태어났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고향에서 내내 농사를 지었다. 그는 농사짓는 일이 아이 키우는 일과 비슷해 뭘 알아야겠다 싶어 나름대로 이것저것 공부했다. 책이 참 재미있어 낮에는 농사짓고 밤에는 책을 보다가 농사일지와 단상도 적게 된 그것이 주변의 도움으로 차츰 시가 되었다. 36세 때 창간호에 작품을 발표했고, 40~60대에 와 편찬위원도 지냈으며, 50대 후반에 4년간 창녕문인협회 회장을 지냈다.

우포청소년문학상 1억 기탁
신용찬 시인 전집 ‘청우’ 출간

8년 전 신 옹은 지역문학 발전을 위해 선뜻 1억 원을 창녕문협에 내놨다. 시인 성기각 창녕문협 회장은 큰돈을 기탁받으면서 “비닐하우스 농사를 지어 자식들 가방 챙겨 학교 보낸 뒷바라지가 만만찮았으리라는 짐작을 하면서 감히 소인배가 흉내를 낼 수 없는 배포에서 느끼는 부담감이 컸다”고 회고했다.

창녕문협은 이런저런 궁리를 하다가 후학들에게 문학의 멍석을 깔아주기 위해 그 돈으로 청소년문학상을 제정한다고 신 옹에게 알렸다. 신 옹은 그 상에 자신을 이름을 달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고 한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8회를 넘긴 ‘우포청소년문학상’이며, 이제껏 40여 명에게 장학금 형식으로 상금을 지급했다.

창녕문협은 그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신용찬 문학전집 (도서출판 북인)를 출간했다. 청우는 우직하고 푸른 그의 문학정신을 품은 그의 호다. 그가 50년간의 문학활동을 통해 낸 시집 두 권의 시편들, 시집으로 묶이지 않은 그 이후의 시편들, 산문 10여 편, 그리고 문우들의 글이 460여 쪽에 실렸다. 작고한 황선하 시인이 그에게 “한글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글을 써라”고 말한 대로 그는 진솔하고 맑은 서정의 쉬운 시를 써왔다고 한다.

신 옹의 시는 무엇일까. 쉽게 쓴 시일까, 땅에 쏟은 그의 땀일까, 지역문학에 큰 거름을 뿌린 마음 씀일까. 그 모든 것이 그의 시다. 최학림 선임기자 the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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