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지자체 4곳, 올해 코로나 생활지원비 벌써 다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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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확진자에게 지급되는 일선 지자체의 생활지원비 예산이 바닥을 드러냈다.

한 구청에는 신청자가 7000명 넘게 대기하고 있고, 실제 지원비를 받는 데 석 달 이상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일선 행정이 늦어지면서 피해는 지원이 절실한 취약계층으로 향한다.

확진자 폭증에 신청대기자 몰려
12개 구·군 예산집행률 95% ↑
부산진구선 대기자만 7000여 명
현장 부담에 정부 지급 기준 조정
행정 늦어지며 취약 계층에 피해

15일 부산시와 16개 구·군에 따르면 이날 기준 코로나19 생활지원비 예산집행률이 95%를 넘은 기초지방자치단체는 12곳이다. 이 중 기장군과 영도구 등 4곳은 예산이 전액 소진됐다.

부산진구에서는 이날 기준 7396명이 생활지원비 지급을 기다리고 있다. 사상구청에는 지난해 말부터 지급 대상자가 적체돼 올해 신청자에겐 아직 지급을 시작도 못했다.

비교적 예산 여유가 있는 지자체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신청이 밀려들지만 업무 담당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해운대구청 관계자는 “예산이 실제 지급되려면 석 달 이상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주민 문의 전화가 매일같이 폭주해 업무 처리에 한계가 있다”고 털어놨다.

일선 구·군청은 이달 중 예정된 시비 추가 교부를 기다리고 있다. 부산시는 국비 450억여 원을 각 지자체에 교부할 방침이다. 사상구청 김선옥 복지정책과장은 “연말연초 급격하게 확진자가 늘면서 당초 예산으로 감당이 어려웠다”며 “지급 기준과 금액이 현실화되고 다음 주 추가 예산이 교부되면 숨통이 다소 트일 것”이라고 전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지난주에 국비를 확보했고, 이에 매칭할 시비 재원 마련을 위해 검토 작업을 하고 있다”며 “시비 마련이 바로 어렵다면 국비를 우선 교부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생활지원비 신청이 급격하게 증가하다 보니, 교부 예정인 국·시비를 미리 당겨 집행하는 지자체도 있다. 당초 생활지원비 예산으로 13억 2246만 4000원을 책정한 남구청은 신청이 급증하자 2월 부산시에 100억여 원을 추가로 신청했다. 필요한 예산이 남구청에 교부되지는 않았지만, 구청은 이를 집행하고 있다. 남구청 관계자는 “미리 예산을 집행하지 않으면 쏟아지는 신청을 모두 제때 처리할 수 없다”고 전했다.

지자체 부담과 혼란이 심각해지자 정부는 지난 14일 생활지원비 지급 기준과 금액을 조정한다고 밝혔다. 16일부터 생활지원비는 격리 일수와 무관하게 1인 가구 10만 원, 2인 이상 가구에는 15만 원 정액으로 지급된다. 기존 생활지원비가 7일 격리를 기준으로 1인 24만 4000원, 2인 41만 3000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대폭 줄어드는 셈이다.

시민 피해도 우려된다.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 등 취약계층에게 생활지원비는 생계와 직결되는 문제다. 코로나19 확진으로 격리가 되거나 입원치료를 받으면 당장 이들의 일자리가 위협을 받기 때문이다. 부산사회복지연대 김경일 사무국장은 “정부와 지자체 간 예산 분담 비율을 정할 때 천차만별인 지자체 재정 여력을 고려해야 한다”며 “재정 여력이 낮은 지자체는 기존 복지 예산을 줄일 수도 있는데, 이럴 경우 시민에게 돌아가는 피해는 더욱 커진다”고 말했다.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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