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함께한 2년, ‘교사 목소리’ 대변하며 성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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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숙 부산교사노조 위원장

2020년 3월 14일 사무실도 없이 창립한 부산교사노조가 두 돌을 맞았다. 그동안 번듯한 사무실도 생겼고, 지난해 10월엔 부산시교육청과 첫 단체협약도 체결했다.

부산교사노조 창립을 이끈 윤미숙 위원장은 “처음엔 집을 노조 사무실로 등록하고, 집행위원들이 퇴근 후 아이들을 데리고 와 한 방에 놀게 하면서 회의를 했다”며 “다들 무슨 일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막막했는데, 이젠 많이 성장했다는 걸 느낀다”며 지난 2년을 회고했다.


1500명 동참 노조 창립 두 돌 맞아
3명이 집행부 역할 작년 10월 첫 단협
교육청과 공교육 향상 파트너 될 것

부산교사노조는 이름처럼 ‘부산지역 교사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결성된 단체다. 지역 유·초·중·고·특수학교의 교과 교사와 비교과(영양·보건·사서·상담) 교사가 참여한다. 학교에서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20~40대가 조합원의 90%에 달해, 현장의 대표성을 지닌 ‘젊은 노조’인 셈이다.

부산교사노조는 특히 코로나19 시국과 맞물려 교사들의 ‘현장 목소리’를 전하는 창구로서 큰 역할을 했다. 일례로, 코로나19로 인해 교사들도 유연근무나 재택근무가 가능해졌지만 학교 현장에선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윤 위원장은 “처음 생긴 제도이다 보니 학교에서 받아주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며 “해당 학교에 공문을 보내고 교육청을 통해서도 꾸준히 요청해, 교사들이 실질적으로 제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왔다”고 말했다.

코로나19에 따른 방역업무 부담과 스마트기기 관리 문제를 비롯해 지자체 주도의 돌봄교실 강화 등 주요 사안에도 목소리를 냈다. 활동의 가장 큰 목표는 교사들이 학생을 교육·지도하는 데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윤 위원장은 “코로나 때문에 이전에 없던 업무가 너무 많아져 정작 제일 중요한 ‘수업’을 놓치고 있다는 게 현장 교사들의 가장 큰 목소리”라며 “교사들이 수업에 시간과 열정을 투자하고, 나머지 시간에 부가 업무를 하는 ‘공교육 정상화’가 필요한데, 지금은 너무 멀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창립 초기 300명이던 노조원은 꾸준히 늘어 최근 1500명까지 불어났다. 지난달에는 교사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노조 가입 인증 릴레이’가 펼쳐지기도 했다.

규모만큼 책임도 커진 부산교사노조는 이달부터 중요한 변화를 맞았다. 윤 위원장을 포함해 집행부 3명이 교사 역할을 잠시 내려놓고 전임으로 활동하게 된 것이다.

윤 위원장은 “그동안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 틈틈이 연락을 주고받고 공문을 보내느라 퇴근 시간을 넘기기 일쑤였는데, 이제 좀 더 여유를 갖고 큰 틀에서 사안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며 “대신 당장 학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파악하기엔 멀어진 느낌이어서, 더 귀를 열고 더 예민하게 현장의 목소리에 관심을 가지려고 한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과 집행부는 남은 임기 1년을 부산교사노조 도약의 해로 만들겠다는 각오다. 그는 “2년 동안 경험이 쌓였기 때문에 올해는 좀 더 깊이 있는 정책과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며 “교육청과 노조 모두 ‘공교육 향상’이라는 목표는 같기 때문에 대립만 하기보다는 든든한 교육 파트너로서 역할을 해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노조가 처음인 윤 위원장은 활동 전까진 노조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윤 위원장은 “개인의 권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란 점에서 자연스러운 활동인데, 노조에 대해 너무 터부시하거나 모른 채 살았던 것 같다”며 “학생들에게도 민주시민교육의 일환으로 기본적인 자기 권리를 찾는 교육이 이뤄지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한편, 전국적으로 부산교사노조를 포함해 17개 시도단위 노조와 10개 급별·교과별 노조가 네트워크처럼 연결돼 전국교사노조연맹을 이루고 있다. 전국 27개 가맹노조의 조합원 수는 4만 6000명에 이른다.

글·사진=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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