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차, ‘르노코리아자동차’로 사명 변경… ‘삼성차’ 역사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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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선으로 입체화 새 태풍 로고 공개

르노삼성자동차가 회사 이름에서 ‘삼성’을 뗐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천신만고 끝에 이뤄낸 ‘삼성차’라는 브랜드가 27년 만에 완성차 시장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된 것이다.

르노삼성자동차는 16일 부산공장에서 ‘뉴 스타트 뉴 네임’(New Start New Name) 행사를 개최하고, 새로운 사명을 ‘르노코리아자동차’(Renault Korea Motors, RKM)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르노코리아는 이날 행사에서 “새 사명은 르노코리아자동차가 르노그룹 및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의 일원인 동시에 한국 시장에 뿌리를 둔 국내 완성차 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을 공고히 한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명 변경에 따른 새로운 태풍 로고도 공개됐다. 기존 태풍 로고 디자인을 계승하면서도, 단선으로 그려졌던 태풍을 복선으로 입체화했다.

이번 사명 변경으로 완성차 업계에서 ‘삼성’이라는 이름은 완전히 사라지게 됐다. 물론 삼성 측이 가지고 있는 19.9%의 지분은 그대로 유지된다. 르노코리아는 “2000년 삼성자동차 인수 당시 국내에는 ‘르노’보다 ‘삼성’이라는 브랜드의 인지도가 더 높아 10년 동안 ‘르노삼성’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기로 양 사가 합의했다”며 “이후 10년을 더 연장했고, 2020년부터 새 사명을 고민해 이번에 사명을 바꾸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자동차는 1995년 부산에서 설립됐다. 당시 자동차 산업에 진출하는 것은 이건희 삼성 회장의 평생 숙원이었다. 노태우 정부 시절부터 이를 추진했지만 정부는 출혈경쟁 등의 우려로 허락하지 않았다. 결국 김영삼 정부 시절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부산에 공장을 설립한다는 조건으로 자동차 회사 설립을 허가받았다.

자동차 기술이 부족했던 삼성은 일본 닛산에 143억 원 규모의 기술도입료를 지불하는 등 수년간의 우여곡절 끝에 중형 세단 SM5를 만들었다. 그러나 1997년 말 SM5가 시장에 선을 보이기도 전에 한국은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다. 싸늘하게 식어 버린 경기 속에서 신차 판매 역시 지지부진했다. 무엇보다도 삼성 스스로 적자를 견디기가 어려웠다.

결국 삼성은 자동차 부문 매각을 결정했고, 2000년 9월 프랑스의 르노가 자산 대부분을 인수해 ‘르노삼성자동차’로 이름을 바꿨다. 아이러니하게도 뒤늦게 입소문을 탄 SM5는 이후 불티나듯 팔렸고, 르노삼성의 초기 정상화에 효자 역할을 했다. 이름뿐인 삼성 입장에선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상황이 연출된 것. 그리고 다시 22년이 지나 ‘르노삼성’이라는 이름에서마저 ‘삼성’이 빠지게 된 것이다.

한편, 새 사명으로 새로운 출발을 하는 르노코리아자동차는 국내 소비자들의 높은 안목에 부합하도록 경쟁력을 재정비하고 친환경차를 중심으로 제품 라인업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김종열 기자 bell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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