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용 영화진흥위 위원장 “기장군 영화촬영소 건립 서두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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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용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영화산업이 격변기에 있다. 영화의 정체성, 영진위의 기능과 역할 재정립에 대한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이재찬 기자 chan@

“부산은 아시아 영화 허브 도시입니다. 영화진흥위원회를 부산으로 옮긴 이유도 허브 건설에 역할을 하라는 뜻 아닐까요? 지난 10년은 영진위가 이전 후 적응을 위한 기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영진위가 제 역할을 해야 할 때입니다.”

본사 이전 10년 이제 역할할 때
조직 혁신·국고 지원 등 필요
지역 예술인·주민과 더 소통
한·아세안 영화기구 출범 박차

올 1월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에 선임된 박기용 신임 위원장을 지난 16일 부산 해운대구 센텀시티에 있는 영진위 사옥에서 만났다. 박 위원장은 “취임 후 두 달 동안 업무 파악 등으로 정신 없는 시간을 보냈다”며 “코로나 팬데믹 이후 영화의 정체성 재정립, 영진위의 부산 이전의 목적 등에 대한 원론적인 고민도 해봤다”고 말했다.

“영화산업이 대위기입니다. 2020년 관객 수는 코로나 이전의 4분의 1, 2021년에는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습니다. 영진위도 크게 변화해야 할 때입니다. 임기 2년 동안 변화의 초석을 다지는 것이 제 몫이라 생각합니다.”

원래 위원장 임기는 3년이지만, 박 위원장은 앞서 비상임위원으로 지낸 1년을 제외하고 오는 2024년 1월 8일까지 영진위를 이끌게 됐다. 그는 “짧지만 굵게, 선택과 집중을 통해 영화의 격변기를 헤쳐나가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와 함께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이 급성장 하면서 극장을 중심으로 한 기존 영화산업의 근간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영화산업을 지원하는 영진위의 기능과 역할 변화에 대한 요구도 커지고 있다.

“프랑스국립영화상영센터(CNC)나 영국영화협회(BFI)는 ‘영화의 확장’을 선언했습니다. BFI는 영상 매체를 활용해 스토리텔링하는 모든 창작활동을 지원하기로 했는데, 거기엔 게임까지 포함이 되죠. 과연 영화 개념 확장이 능사인지는 고민이 필요합니다.”

영진위의 주요 재원은 극장의 영화 관람료 3%에 해당하는 영화발전기금이다. 극장 중심의 영화 지원에서 무한정 영화의 개념을 확장하기가 쉽지 않은 이유다. 박 위원장은 “영화 개념의 확장보다는 심화로 가는 게 맞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계속해서 여러분들의 의견을 수렴해 봐야 할 것이고, 흥미진진한 시기에 어려운 일을 맡게 됐다”고 털어놨다.

재원 다각화 필요성 등 여러 과제도 안고 있다. 그는 “올해 예산도 800억 원의 공적자금을 차입해 지원받았고, 연간 이자만 10억 원이 나간다”며 “문체부의 기금 중 스포츠토토 기금이나 국고 지원 등을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직 혁신에 대한 요구도 높다. 취임 초기 영진위 노조는 박 위원장에게 신임 사무국장직에 대한 공모를 요청했다. 그동안 사무국장은 위원장이 9인 위원회의 동의를 얻어 임명해 왔는데, 이 같은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었다.

“외부 영입이 아닌 내부 발탁, 공모 등 다양한 방안에 대해 고민을 해봤습니다. 공모에는 최소한 1개월 이상의 시간이 필요해 이번에는 기존 방식으로 사무국장을 급히 선임했지만,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동감합니다. 앞으로 위원 추천이나 위원장 호선 방식 등까지 개선안을 만들려 합니다. 영화계 의견을 수렴해 개선안을 만들고 문체부와 협의해 추진하겠습니다.”

지역과의 소통 의지도 밝혔다. 지난해 하반기 후반작업시설 제외 문제로 부산시와 갈등을 빚었던 기장군 부산촬영소 건립(부산일보 지난 17일 자 8면 보도)도 서두르겠다고 강조했다.

“기존 영화산업이 서울에 집중돼 있다 보니, 영진위가 부산으로 이전한 뒤에도 ‘따로국밥’ 식으로 업무가 진행된 게 아닌가 합니다. 직원들의 몸은 부산에 있지만, 마음은 서울에 가있었다고 할까요? 적응에 시간이 필요했다고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2013년에 부산으로 본사를 이전한 뒤 10년째를 맞는 영진위를 지역에 뿌리내리기 위한 노력도 약속했다. 그는 “지역 영화인, 문화예술 관계자는 물론 시민들과도 스킨십을 더 늘리겠다”며 “이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고민하고 있고, 한·아세안 영화기구(ARFO) 설립에도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2019년 부산에서 열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계기로 설립 논의가 본격화 한 ARFO의 출범을 위해 영진위는 올해 한·아세안 10개국과 임시위원회를 구성해 활동한다는 계획이다. ARFO는 아시아 영화산업 동반성장을 위해 우리나라 주도의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영진위는 늦어도 2025년께 부산 사무국 설치 등 공식 출범 뒤 참여국을 확대해 범아시아 기구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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