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로 달라진 건 없다 그저 나답게 연기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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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로 돌아온 배우 윤여정


“아카데미상 트로피가 준 변화는 없어요. 전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친구와 놀고 똑같은 집에 살고 있어요.”

배우 윤여정(75)은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 수상 이후 1년을 이렇게 돌아봤다.

한국 배우 최초로 이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린 윤여정은 최근 와 만나 “아카데미인지 오카데미인지”라고 너스레를 떨면서 “나는 그냥 나답게 살다 죽을 것”이라며 그다운 말을 이어갔다. 그는 “아카데미상을 받기 전과 차이점은 전화를 많이 받게 된 것”이라며 “그냥 타이밍에 맞아서 탄 거라고 생각한다. 늙어서 (상을) 타서 천만다행”이라며 웃었다.

한인 이민자 생존 역사 짚은
애플TV플러스 신작 ‘파친코’
부산 영도서 태어난 ‘선자’ 역할
“강인한 인물 표현에 집중해 연기
몰랐던 역사 배우며 많이 울었다”

윤여정은 오는 25일 공개하는 애플TV플러스 신작 ‘파친코’로 시청자 곁에 돌아온다. 늘 그랬듯 새 작품에 충실한 모습이다. 전작 ‘미나리’에서 미국에 이민 간 딸을 찾아간 ‘순자’였던 윤여정은 이번엔 재일교포인 ‘선자’로 변신했다. 일제강점기 부산 영도에서 태어난 선자는 온갖 역경을 이겨낸 강인한 여성이다. 윤여정은 “이번 작품도 이민자 이야기지만, ‘미나리’와 다르다”며 “인물의 강인함에 더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이 여자(선자)의 강인함은 생존하려는 데서 나와요. 어떤 점에선 나와 비슷하다고 생각했죠.”

이 작품은 일제강점기 선자를 중심으로 한국과 일본, 미국을 오가며 한인 이민자의 생존 역사를 심도 있게 짚는다. 선자는 말도 통하지 않는 이국땅에서 ‘마늘 냄새 난다’는 조롱과 비난을 들으면서도 궂은 일을 마다 않는다. 실제로 과거 미국 생활을 접고 귀국해 생계를 잇기 위해 연기했던 윤여정은 선자를 누구보다 깊이 이해한다.

윤여정은 “이혼하고, 살기 위해 정말 많은 일을 했다”며 “살려고 일을 할 때는 그게 힘든 일인지 아닌지 모른다. 선택지가 없고 그것밖에 할 수 없으니까. 내가 살아보니 그렇더라”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윤여정이 그린 백발 선자의 주름엔 그가 지나온 인고의 세월이 깊게 묻어있다.

윤여정은 이번 작품을 하면서 우리 역사를 되돌아보게 됐단다. 그는 “재일동포를 뜻하는 ‘자이니치’란 단어를 이 드라마로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아들 ‘모자수’로 나오는 일본 배우 아라이 소지가 자이니치에요. 그에게 물어봤더니 자이니치는 ‘재일동포인데 한국인인 걸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말’이라고 하더라고요. 이번에 역사를 많이 배우면서 내가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윤여정은 한국을 방문한 선자가 부산 바다에 발을 담그는 장면을 가장 인상 깊었다고 꼽았다. 노인이 된 선자가 먼 길을 돌아 다시 고향 땅을 밟는 건 원작 소설에는 없다. 드라마에서나마 선자의 한을 풀 수 있게 된 셈이다.

이 장면이 반가웠다는 윤여정은 “그 여자(선자)가 고향에 돌아가 보고 싶지 않겠냐는 생각을 했었다”며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하고 준비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대본을 받았을 때 이 장면을 보고 ‘잘됐다’고 생각했어요. 나 혼자 준비를 많이 했죠. 막상 (촬영 때) 비를 막 뿌려대서 아무것도 할 수 없더라고요. 우리 촬영도 인생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에 이어 경상도 사투리 연기에 다시 한번 도전한 점도 눈에 띈다. 윤여정은 “(사투리에 신경쓰면) 내 연기를 못하겠더라”고 웃으며 “전에 사투리를 배우느라 연기를 망친 기억이 있어 자연스럽게 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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