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항지하차도 지연, 충장대로 체증 해소 ‘하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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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동구 충장대로 ‘북항지하차도’ 건설 공사 기간이 길게는 1년 가까이 더 늘어나게 됐다. 공사 현장에서 확인된 오염 토양 정화 작업과 더불어 지하차도와 승학터널 연결 방법이 바뀌면서 공사 지연이 불가피해진 까닭이다. 당초 예정보다 훨씬 길어지는 공사로 인한 이 구간 교통 체증과 잦은 차로 변경 등에 따른 통행 위험 등의 시민 피해 장기화가 불 보듯 뻔하다.

22일 부산해양수산청 부산항건설사무소(이하 부건소)에 따르면 길이 1.9km, 왕복 4차로 규모의 북항지하차도 조성 공사가 9~12개월가량 지연이 불가피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9년 10월 지하차도 조성 공사에 들어간 부건소는 당초 내년 10월 공사를 끝내고 개통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러나 최근 완공 시점을 2024년 중반으로 늦춘 것으로 확인됐다.

오염 토양 정화에 시간 걸리고
승학터널 접속 방법까지 변경
조성 공사 9개월 이상 늦춰져
2024년 중반 이후 완공될 듯
통행 위험 등 시민 피해 가중

공사 구간 도로 곳곳에서 발견된 오염 토양을 정화하는 작업이 더해진 까닭이다. 부건소가 지난해 10월 부산 동구청의 정밀조사 명령에 따라 지하차도 건설 부지 4944㎡에 대해 정밀조사를 벌인 결과 지점당 최대 2만 2451mg/kg의 TPH(석유계총탄화수소)가 검출됐다. 이는 ‘토양오염 우려기준’을 10배 이상, ‘토양오염 대책기준’(토지 이용 중지나 시설 설치 금지 등 규제 조치가 필요한 정도)을 4배 가까이 초과한 것이다.

해당 부지는 토양환경보전법상 공장이나 도로를 의미하는 ‘3지역’이다. 이 부지에서 TPH 토양오염 우려기준은 2000mg/kg이고 대책기준은 6000mg/kg이다. TPH는 석유의 주성분인 탄화수소의 총량을 의미하는데 카드뮴, 구리, 비소, 수은, 납 등과 함께 토양환경보전법상 위해성 평가 대상물질로 꼽힌다. 조사 결과 총 111개 시료 중 3개 시료에서는 토양오염 대책기준을 초과한 TPH 수치가, 4개 시료는 토양오염 우려기준을 초과한 TPH 수치가 나왔다. 공사현장의 총 오염면적은 1261㎡, 오염량은 1345㎥로 추산됐다.

초록생활 백해주 대표는 “부산역과 인접한 이곳 도로는 약 120년 전 철도시설이 있었을 때부터 오염이 시작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토양 오염 외에 북항지하차도와 앞으로 공사가 예정된 승학터널의 접속 방법이 달라진 점도 공사 연장의 이유 중 하나다. 당초 지하차도는 승학터널과 지하에서 바로 연결될 예정이었지만, 2020년 7월 부산시 협의 결과 지상을 한 번 거쳐 지하로 연결하는 것으로 접속 방법이 변경됐다. 공사비 절감을 위한 조치다. 이에 따라 설계 변경, 공법 변경 등으로 인해 당초 계획보다 사업 기간이 길어지게 됐다.

북항지하차도 공사 지연으로 인해 충장대로의 고질병인 교통체증 장기화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하차도 건설 과정에서 지장물 이설 등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왕복 10차로를 평균 왕복 6차로로 줄인 탓에 2019년 10월 공사가 시작된 이후 충장대로에선 늘 정체 현상이 빚어진다.

부산 수영구에서 사하구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최 모(29) 씨는 “충장대로를 이용하면 공사 때문인지 차선도 복잡하고, 차도 너무 많아 도로에 갇혔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며 “충장대로는 웬만하면 피하고 차라리 동서고가로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부건소 관계자는 “동구청에 토양정화계획서를 제출해 승인을 받았고 예산 약 2억 원을 들여 반출 정화에 나설 계획”이라며 “오염토를 반출해 정화업체에서 정화 작업을 거쳐 다시 해당 부지로 가져오는 작업이 필요해 적어도 9개월 정도는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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