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자율주행차에 ‘도덕적 책임’ 물을 수 있나?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운전하는 철학자 / 매슈 크로퍼드

이 책은 운전석에 앉아 핸들을 돌리고 브레이크를 밟는 행위를 섬세하게 탐구하고 있다. 운전이 뭐가 그리 대단하길래 저자는 오로지 ‘운전’이라는 주제로 책 한 권을 쓴 것일까?

저자는 운전이란 가장 인간적인 행위로 규정한다. 우리는 차 안에서 직접 페달을 밟거나 핸들을 돌려 원하는 속도로 달리고 원하는 길을 선택해 원하는 곳으로 간다. 운전자는 끊임없이 도로 환경에 집중해야 한다. 앞 차와 거리를 유지하고, 차선을 변경하며, 신호등을 확인한다. 운전이 선사하는 극한의 경험을 위해 자동차 경주나 오프로드 바이크를 즐기는 사람도 있다.

이처럼 운전의 철학적 의미에 천착하다 보니, 저자는 운전이란 ‘인간성의 발현’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운전이란 기계가 침범할 수 없는 인간의 특별한 영역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 운전이 필요없는 시대를 맞고 있다. 자율주행차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아직은 레벨3, 4에 머물고 있지만 수 년 안에 레벨5에 이르면 완벽한 자율주행이 가능해진다. 그렇게 되면 인간은 더 이상 ‘호모 모토’로서 존엄을 상실하고 자율주행차가 실어 나르는 한갓 ‘짐짝’으로 전락할지 모른다.

하지만 자율주행은 완벽한 시스템이 아니다. 자율주행차가 보행자와 다른 자동차라는 두 가지 위험 요소를 감지하고,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면, 그 도덕적 책임은 어디에 있는 걸까? 그 외에 자율주행에 따른 문제는 의외로 넓고 깊을 것이다. 정치철학 박사이자 모터사이클 정비사라는 독특한 직업을 가진 저자는 본격적인 자율주행 시대의 개막에 앞서 인간성, 윤리와 신뢰, 책임과 권리를 향한 철학적 탐구에 천착하고 있다. 매슈 크로퍼드 지음/성원 옮김/시공사/448쪽/1만 8000원. 윤현주 선임기자 hohoy@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