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으로 주문하면 1시간 내 배송… 통영 시장, ‘장피랑’으로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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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쓱(SSG)’ 배송보다 빠르고 편리하네요.”

통영시에서 10살, 7살 자매를 키우는 맞벌이 주부 김은정(41) 씨. 코로나19로 시장 가기가 꺼려져 장보기는 주로 대형마트 배달 서비스로 해결해 왔다. 하지만 휴일엔 서비스가 안 되고, 배송 시간도 정해져 있어 불편한 상황이 자주 생겼다. 그러다 지난 주말, 난데없이 돼지갈비가 먹고 싶다는 남편 성화에 배달 가능한 곳을 검색하다 ‘장피랑’를 알게 됐다. 지역 전통시장 상품을 1시간 안에 배송해 주는 서비스였다. 마침 할인 이벤트 중이어서 반신반의하며 2만 원을 결제하고 3만 원어치를 주문했다. 걱정과 달리 보냉재와 함께 깔끔하게 포장된 고기가 약속한 시각에 정확히 도착했다.

통영시 네 번째 ‘피랑’ 브랜드
중앙·서호시장 35개 점포 연계
전통시장 상품 중계 서비스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운영

이후 몇 차례 더 장피랑을 활용한 김 씨는 “서비스와 제품의 질 모두 좋았다. 육류나 과일, 수산물은 대형마트보다 장피랑을 이용하는 게 훨씬 낫다”면서 “생필품 같은 품목만 추가되면 더할 나위 없을 듯하다”고 말했다.

경남 통영시가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구축한 온라인시장 ‘장피랑’이 주부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며 통영의 새로운 장보기 플랫폼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장피랑은 전통시장을 꺼리는 젊은 소비자의 시장 이용을 유도하려 만든 지역 맞춤형 배달 중계 서비스다.

통영시가 40억 원을 투입한 ‘스마트타운 챌린지’ 사업 중 하나로 지역 명소인 동피랑, 서피랑, 디피랑을 잇는 네 번째 ‘피랑’ 브랜드로 기획했다. 피랑은 비탈의 방언인 ‘비랑’에서 온 단어다. 한때 재개발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벽화를 통해 한해 200만 명 이상이 찾는 관광 명소로 자리매김한 동피랑처럼 전통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마중물이 되길 바라는 뜻을 담았다.

스마트폰에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고 이름과 전화번호만 입력해 회원으로 가입한 뒤 온라인 쇼핑몰처럼 상품을 고르면 된다. 평일, 주말 언제든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주문하면 1시간 이내에 통영시내 지정한 장소에서 상품을 받을 수 있다.

현재 중앙시장과 서호시장 내 점포 35곳에서 75개 품목을 판매 중이다. 냉장 기능을 갖춘 스마트 물품보관함이 있어 여러 점포에서 다양한 상품을 골라 담아도 묶음 배송이 가능하다. 여기에 실시간으로 시세를 확인하며, 수시로 열리는 경매에 참여해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도 있다.

이런 다양한 편의성 덕분에 서비스 개시 3개월여 만에 800명이 넘는 고정 고객을 확보했다. 최근 진행한 할인 이벤트에선 단 이틀 만에 800만 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주문량 분석 결과, 젊은 층이 많은 죽림 신도시 아파트 거주자가 많았다. 특히 실시간 배송의 장점을 활용한 농·축·수산물 등 신선 식품 선호도가 높았다. 지역 맞춤형 서비스 전략이 주효한 셈이다.

시큰둥하던 시장 상인들도 기대 이상의 반응에 한껏 고무된 표정이다. 중앙시장 김돌이 상인회장은 “사실 처음엔 회의적인 반응이 많았는데, 코로나 사태 속에 입점 점포 매출이 꾸준히 오르면서 지금은 서로 입점하려 한다”고 전했다.

통영시는 일단 플랫폼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면서 지역 배송이 정착되면 전국 택배로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프로젝트를 주도한 통영시 양화자 팀장은 “상인 교육과 연계를 돕는 전담 매니저를 두고 사용자 후기를 토대로 그때, 그때 문제점을 개선해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면서 “처음엔 그럭저럭 운영하다 행정 지원이 끊기면 유야무야 되는 일이 없도록 상인회 자생력 강화에도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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