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 수 있는 시내버스 29%… 이동권 막힌 부산 장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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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장애인단체 회원들이 28일 오전 서울 충무로역 3호선 승강장에서 장애인 이동권 보장과 장애인 권리예산 반영을 요구하며 출근 시간대 지하철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장애인차별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서울 지하철 출근길 시위를 계기로 지역의 장애인 이동권에도 관심이 쏠린다. 부산 지역 장애인 이동권은 서울보다도 턱없이 열악할 뿐 아니라 실태 파악조차 제대로 되지 않아 부산시의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28일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부산시 시내버스 총 2517대 중 휠체어 접근이 가능한 저상버스는 728대다. 원칙적으로 장애인이 탈 수 있는 시내버스가 28.9%에 그친다는 의미다. 2020년 기준 전국 평균 저상버스 비율(27.8%)과 비슷하지만 서울(66.3%), 대구(48.7%) 등 대도시와 비교하면 크게 부족하다. 운행 지역도 제한적이다. 시내버스 노선 144개 중 73개 노선만 저상버스를 운행한다.

서울 66%·대구 48% 비해 저조
저상버스 도입 의무화 별무소용
언덕 운행 불편 이유 교체 기피
‘두리발’도 시간대별 일부만 운행
불편사항 실태조사부터 나서야

지난해 연말 개정된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에 따르면 버스를 교체할 때 의무적으로 저상버스를 도입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개정법을 체감하기 어렵다. 버스 교체는 9년 사용 연수가 지나야 가능하기 때문에 장애인은 순차적인 교체를 기다려야만 한다.

교체 기간이 되더라도 저상버스로 바꾸지 않는 일도 빈번하다. 부산시에 따르면 올해 교체해야 할 버스 250대 중 125대만 저상버스로 바뀐다. 부산시 버스운영과 관계자는 “교통약자법에 따라 도로의 구조나 시설이 저상버스 운행에 적합하지 않으면 저상버스로 교체하지 않아도 된다”며 “부산은 지역 특성상 언덕이 많아 저상버스 운행이 불편한 곳이 있어 버스를 전부 저상버스로 교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저상버스가 운행된다고 해도 실제로 장애인들이 저상버스를 이용하기에는 장벽이 많다. 휠체어를 타는 지체장애인 박 모(43) 씨는 “정작 저상버스를 타려고 해도 버스 기사가 리프트 작동법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탑승 시간이 오래 걸려 비장애인들에게 피해가 갈까 봐 저상버스를 탑승하기가 꺼려진다”고 말했다.

사실상 장애인의 유일한 이동 수단인 장애인 콜택시조차 이동권을 보장하지 못한다.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부산시 장애인 콜택시 ‘두리발’은 총 206대에 불과하다. 올해 6대가 추가될 예정이다. 심지어 기사 근무시간에 따라 시간대마다 일부만 운행된다. 오후 10시가 지난 심야 시간에는 4대만 운영돼 장애인들이 긴급상황에 대처하기도 어렵다. 정작 필요할 때 콜택시가 오지 않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부산 외 도시로 이동할 수도 없다.

사상구장애인자립생활센터 노경수 소장은 “지난주 두리발 콜택시를 오전 9시 40분에 불렀는데 1시간 뒤에나 도착했다”며 “아직 기사도, 차량 대수도 많이 부족하고 대기시간도 길어 일정에 차질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정확한 실태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2021년 기준 부산시 등록장애인 17만 6000여 명 중 휠체어 이용 장애인 수는 집계가 안 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시민 인식도 부족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제대로 된 실태조사부터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경성대 김영종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일상생활에서 장애인들이 불편한 점이 무엇인지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파악하는 일이 중요하다”며 “장애인의 상황부터 제대로 파악해야 장애인들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사회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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