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수상한’ 경쟁 입찰… 낙찰가율 99% 이상 ‘수두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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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력원자력이 울산에 건설 중인 신고리원전 5·6호기의 전력보조기기를 경쟁입찰로 구매한 거래 중 낙찰가율(예정가격 대비 계약금액 비율)이 99% 이상인 계약이 상당수인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계약금액이 예정가격과 정확히 일치하는 낙찰가율 100% 계약도 존재한다. 낙찰가율이 90%만 넘어도 업체 간 담합을 의심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관리·감독 기관이 해당 계약건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신고리 5·6호기 169건 계약 분석
정보 입수·납품업체 담합 의혹
한수원 측 “우연의 일치일 뿐”

는 최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전자상거래시스템(K-Pro)에 공시된 신고리 5·6호기 경쟁입찰 계약 169건(2013년 8월~2021년 12월)의 예정가격과 계약금액을 분석했다. 공공기관 경쟁입찰에서 발주처는 예정가격을 작성하고, 예정가격 이하의 최저가격 입찰자를 낙찰자로 결정한다. 예정가격은 업체들이 알 수 없도록 비밀에 부친다. 업체들이 예정가격을 정확하게 맞히거나, 거의 근접하게 가격을 써 낼 확률은 희박하다.

그런데 한수원이 2016년 2월 2일 중견기업 A사와 체결한 ‘분전반 및 축전지 부하저항기’ 계약건을 보면, 예정가격 20억 9000만 원에 계약공급가격이 20억 9000만 원(부가가치세 포함)으로 이 둘의 금액이 정확히 일치한다. 낙찰가율이 100%다. 한수원은 2016년 6월 7일 대기업 B사에서 ‘복수펌프 및 급수승압펌프’를 경쟁입찰로 145억 6960만 원에 구매했다. 해당 계약건의 예정가격은 145억 8502만 원으로 낙찰가율은 99.89%에 이른다. 이를 두고 사전에 입찰 관련 정보를 입수한 업체들이 담합을 모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이에 대해 한수원 측은 “전력보조기기 경쟁입찰의 낙찰가율은 80~90%대로 다양하다”면서 “우연의 일치로 낙찰가율이 높을 수 있고, 입찰 참여가 제한적이면 유찰 뒤 100% 또는 99%대로 낙찰되는 경우가 다수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런 ‘우연의 일치’가 너무 많다는 점이다. K-Pro에 신고리 5·6호기로 검색해 도출된 계약건 169건 중 낙찰가율 99~100%의 계약은 모두 32건이다. 예정가격을 작성하지 않는 국제경쟁입찰 18건을 제외하면 151건 중 99~100% 낙찰가율 계약만 21.2%에 이른다.

원전 업계에 종사했던 한 관계자는 “한수원이 업체들의 담합을 묵인한 게 아닌지 모르겠다”고 의심했다.

황석하·곽진석 기자 hsh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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