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장애인 이동권, 부산은 실태조사조차 없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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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28일 서울 경복궁역에서 지하철 시위를 위해 탑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28일 서울 경복궁역에서 지하철 시위를 위해 탑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29일 서울 지하철 출근길 시위를 벌이고 있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입장을 듣기 위해 시위 현장을 찾은 것은 잘한 일이다. 장애인 이동권은 당연한 권리이지만, 시민들이 장기간 불편을 겪어서도 곤란한 문제다. 비록 ‘전장연’은 인수위가 답변을 주는 게 아니라 들으러 온 데 대해 실망스럽다고 비판했지만, 정치는 이처럼 귀를 여는 데서 시작한다. 전날 찾아와 인수위에 최선을 다해서 입장을 알리겠다고 약속한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의 말과 행동도 울림이 컸다. 김 의원은 “헤아리지 못해서, 공감하지 못해서, 적절한 단어 사용으로 소통하지 못해서 정말 죄송하다”라고 말한 뒤 무릎을 꿇었다.


국힘 이준석 대표 갈라치기 그만두고

인수위, 열악한 지방 더 큰 관심 절실


서울의 시위 현장을 바라보는 지방의 심정은 더 착잡하다. 장애인들이 생활하기에 서울의 사정은 지방보다 훨씬 낫기 때문이다. 부산시 시내버스 총 2517대 중 휠체어 탑승 가능한 저상버스는 728대로 28.9%에 불과하다고 한다. 서울(66.3%)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부산시 시내버스 노선 144개 중 절반가량만 저상버스를 운행한다니 이동 지역도 제한적이다. 장애인 콜택시 두리발의 숫자는 너무 적고 오후 10시가 지나면 거의 운행을 멈춘다고 한다. 가장 큰 문제는 부산시가 실태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휠체어 이용 장애인에 대한 부산시의 통계조차 없다니 기가 막힌다. 현실을 모르니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인식도 부족할 수밖에 없다.

‘2021 장애통계연보’에 따르면 2017년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장애인 복지예산 비율은 0.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2.02%)의 3분의 1도 안 된다고 한다. 특히 지방의 장애인들은 이중, 삼중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립을 위해서 배우고, 일하는 데 필수적인 이동권을 보장해 줘야 한다. 재정 형편이 좋지 않은 부산을 비롯한 대다수 지자체들에 대한 중앙정부의 재정 지원 확대가 절실하다. 인수위는 서울의 장애인 이동권에만 신경을 쓰지 말고 열악한 지방에 더 큰 관심을 가져 줄 것을 당부한다. 부산시도 실태 파악을 위한 조사에 당장 나서야 한다.

한편으로 곧 여당이 될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연일 장애인단체의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비난만 하고 있으니 도대체 무슨 심보인지 모르겠다. 이 대표가 SNS에 쓴 “지하철 출퇴근하는 시민들이 왜 여러분의 투쟁 대상이 돼야 하나”라는 글은 누가 봐도 비장애인·장애인 갈라치기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여성가족부 폐지 등을 내세우며 성별 갈라치기를 한 것도 모자란다는 말인가. 장애인에 대한 시민들의 적대감을 부추기는 주장, ‘혐오 선동’을 당장 멈춰야 한다. 국민의힘 관계자들도 지금처럼 말을 아낄 것이 아니라 국민의 분열을 조장하는 발언에 대해서는 강한 비판을 내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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