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전 이룬 평화협상… 아직은 갈 길 먼 ‘휴전 출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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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에서 열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5차 평화협상이 4시간 만에 종료됐다. 양측 모두 협상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내놓으면서 휴전 목표에 성큼 다가섰다는 기대도 있는 반면, 러시아의 폭격이 멈추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러시아의 기만술일 수 있다는 회의적인 반응들도 있다. 특히 미국이 “속아서는 안 된다” “지켜보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29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5차 평화협상 종료 후 발표한 화상 연설에서 “협상에서 들려오는 신호는 긍정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 신호가 있다고 해서 폭발이나 러시아 공격이 없어지진 않았다. 우리를 파괴하기 위해 계속 싸우는 국가에서 온 대표단의 말을 신뢰할 근거는 없다”고 경고했다. 이어 “러시아 제재 문제는 전쟁이 끝나 우리 것을 되찾고 정의를 되살릴 때까지 풀릴 수 없다. 오히려 제재 수위를 강화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크라, 나토는 포기 EU는 가입
러시아, 양국 대통령 회담 추진
젤렌스키 “긍정적이나 신뢰 낮아”
미국 “속아선 안 된다” 경계심


앞서 이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대표단은 터키 이스탄불에서 평화협상을 했으며, 양측은 어느 정도 협상이 건설적이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우크라이나측은 안전 보장이 담보되면 러시아의 중립국화 제의를 받아들이고, 크림반도 지위 문제에 대해 향후 15년간 러시아와 협의해 나가겠다고 제안했다. 특히 안전 보장 시 헌법에 명시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을 포기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러시아측도 나토는 안 되지만 유럽연합(EU) 가입은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러시아측은 어느 정도 합의된 조약이 준비되는 대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 간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키이우와 체르니히우 일대에서의 군사활동을 축소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양자간 전면적인 휴전협정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으며, 러시아 공세가 집중되고 있는 남부지역에서 폭격은 지속됐다. 이날 우크라이나 최대 항구도시인 오데사로 향하는 관문 지역인 미콜라이우에서는 러시아군의 폭격으로 이날 12명이 사망하고 33명 부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측 협상대표도 양측간 휴전합의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이날 러시아 대표단을 이끈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대통령 보좌관은 국영 타스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긴장완화 계획 발표는 결코 휴전 약속이 아니다”며 “상호 수용 가능한 수준에서 평화협상 합의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밝혔다.

특히 양국은 돈바스 문제를 놓고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NN에 따르면 이날 우크라이나 대표단은 러시아와의 합의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러시아가 돈바스 지역에 군사활동을 시작한 2월23일 이전 상황으로 군사를 철수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측에 돈바스의 분리와 독립을 요구하라고 줄기차게 주장하면서 돈바스 문제 해결 전까지는 철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터키는 중국이 영국에 홍콩을 100년간 할양한 것처럼 돈바스와 크림반도를 러시아에 할양하는 중재안을 제시했다.

협상 이후 미국은 다소 회의적인 입장을 내놨다. 이날 존 커비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소규모 러시아군 병력이 키이우 지역을 떠났지만 재배치 차원으로 보이며 “진짜 철수는 아니다”고 주장했다. 케이트 베딩필드 백악관 공보국장도 이날 출입기자들에게 러시아의 발표에 “속아선 안 된다”고 말했다고 PBS방송이 보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를 만나면서 기자들 질문에 “그들의 행동을 직접 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며 ‘지켜보자’는 태도를 보였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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