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된 작품 뒤엔 무수한 드로잉… 그 자체가 예술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박자용 작가의 디지털 드로잉(왼쪽)과 이선경 작가의 드로잉. 갤러리 폼 제공

작가들은 어떻게 작품을 만들어가나? 작품 제작 과정에는 수십 장의 ‘가설계도’ 같은 드로잉이 존재한다. 관람객은 드로잉 같은 중간 과정의 중첩을 통해 만들어진 결과물만을 보지만, 드로잉은 그 자체로도 예술적 가치를 가진다.

‘드로잉-의미에 대한 탐구와 훈련’은 작가가 구현하려는 작품의 의미에 대한 탐구와 훈련 과정을 엿보는 전시이다. 드로잉은 작품을 구성·실현하고, 나아가 작품과 공간이 연계하고 호흡하는 미래적 상황까지 예측하게 만든다. 전시는 부산 해운대구 우동 갤러리 폼에서 4월 1일까지 열린다.

나인주·노주련·박자현 등 5인
해운대 ‘갤러리 폼’서 드로잉전
‘100개의 드로잉 월’ 신선한 감흥

‘드로잉-의미에 대한 탐구와 훈련’전에는 나인주, 노주련, 박자용, 박자현, 이선경 작가가 참여한다. 부산에서 미술 공부를 시작해 부산·경남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작가들이다. 회화, 조각, 설치 서로 다른 분야 작업에서의 드로잉을 비교해서 볼 수 있다.

나인주 작가의 드로잉에는 십이지 속 동물들이 등장한다. 의인화된 동물들이 인간의 이야기를 대신 풀어낸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가깝고도 먼 간극에 대한 작가의 고민과 인식이 묻어난다. 감천문화마을 어린 왕자 조형물 작업 등 여러 개의 공공미술 프로젝트에 참여한 나 작가만의 따뜻한 시선과 위로가 들어있다.

노주련 작가는 이공계 실험 노트를 연상시키는 드로잉을 보여준다. 회화를 전공했지만 대형 딱지 모형의 풍선 설치 작업을 하는 작가의 드로잉은 아주 계획적이다. 가변적 공간 속 설치 작업의 효과를 예측하고 설계하는 과정이 꼼꼼하게 기록되어 ‘보는 재미’가 있다. 드로잉으로 작가의 설치 작업을 머릿속에서 상상해볼 수 있다.

박자용 작가는 디지털 드로잉을 공개한다. 가공된 내적 공간들로 안에서 밖으로 바라보던 박 작가는 시선의 확장을 보여준다. 밖에서 안으로, 시선 너머 정의할 수 없는 어떤 세계에 대한 근원적 질문의 태도도 엿보인다. 작가의 공간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의 자세가 디지털 드로잉에서는 좀 더 다양한 형태로 드러난다.

박자현 작가는 실존하는 것에 대한 기록 속에 개별적 존재가 사라지는 모습을 담아낸다. 펜으로 점을 찍어 만들어내는 경주 능의 형태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사라지기 전 실존했던 존재의 의미를 표현한다. 들숨과 날숨 같은 잡을 수 없는 느낌이 드로잉 속에 머문다. 수채화 물감을 사용한 선 드로잉도 함께 선보인다.

이선경 작가는 아름다운 색과 소재 속에서도 감출 수 없는 상처를 작품으로 드러낸다. 상처와 아픔을 읽는 노력이 드로잉에서 엿보인다. 작가는 ‘진주 조개가 자신의 체액으로 자신을 보듬듯’ 상처는 늘 아물어간다는 이야기를 전달한다. 이번 드로잉은 기존의 콩테 작업보다 색연필을 사용해 한층 가벼워진 느낌을 준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100개의 드로잉 월(Wall)’이 눈길을 끈다. 5인의 작가가 각 20개 씩 같은 사이즈 액자에 맞춰 드로잉 작업을 했다. 서로 다른 분위기의 드로잉 100개가 한 벽에서 어우러져 새로운 느낌을 준다. 051-747-5301. 오금아 기자 chris@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