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우리의 이웃, 자영업자가 위험하다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김수진 경제부장

문재인 정부의 규제 일변도 부동산 정책과 ‘늦으면 영원히 살 수 없다’는 인식 때문에 아파트 가격이 사상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계속 공급되는 아파트 물량과 떨어지는 인구수를 고려하면, 아파트 가격이 ‘오르는 곳은 계속 오르고, 내리는 곳은 내리는’ 양극화 현상이 곧 일어날 것이라고 대부분 전문가는 전망한다.

그렇다면 ‘계속 오를’ 가능성이 큰 아파트는 어떤 곳일까. 교통 편리, 평판이 좋은 브랜드, 평탄한 대지, 대단지 등을 꼽을 수 있다. 생활이 편리한 아파트를 구성하는 데 내부 요인만큼 중요한 외부 요인이 있다. 바로 주변 상가의 활성화다. 신축 아파트에 입주해본 사람이라면 세탁소와 음식점, 카페 등이 없을 때 얼마나 불편한지 이해할 것이다.

자영업자, 취업자 4명 중 1명
롱코로나에 빚으로 겨우 버텨

9월 만기 연장, 상환 유예 끝나
자영업자발 금융위기 올 수도

새 정부, 즉각 긴급자금 지원
‘배달 장악’ 앱, 대기업 규제 절실


극도로 개인화된 현대 사회에서 대부분은 옆집에 누가 사는지는 몰라도, 집 앞 빵집 김 사장님, 카페 박 사장님, 편의점 최 사장님, 식당 송 여사님의 얼굴은 알고, 서로 인사하는 사이일지도 모른다. 다시 말해서 우리 주변에서 상가를 운영하는 자영업자가 바로 이웃이자 우리의 생활 편의성을 높이고 아파트 가격을 받치는 버팀목이다.

우리의 이웃, 자영업자는 2020년 말 657만 3000명으로 전체 취업자 2690만 400명 가운데 24.4%를 차지한다. 2021년 3분기 생산액으로 따져도 기준 국내 경제의 17.5%를 차지했다.

이들이 메말라 죽어가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매출이 급감했다. 수년간 함께 해온 직원마저 내보내야 했다. 은행 빚으로 버텼는데 최근 오미크론으로 하루에 수십만 명씩 확진자가 나오면서 결국 영업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자영업자 27만 가구가 1년 내 파산할 위기에 처했다. 지난 24일 발표된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자영업 가구 중 적자 가구는 약 78만 가구로, 전체의 16.7% 수준이다. 적자 가구는 소득에서 필수 지출과 대출원리금 상환액을 뺀 값이 마이너스인 가구이다. 이들이 보유한 금융부채는 모두 177조 원이다. 금융자산으로 적자를 충당할 수 있는 기간이 1년 미만인 ‘유동성 위험 가구’가 지난해 말 기준 27만 가구, 이들의 부채 규모는 72조 원에 달한다.

특히 올 9월 소상공인 대출 만기 연장, 상환 유예 조치가 일괄 종료되면 자영업자 부실 문제가 금융위기의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정부도 오랜 코로나로 재정 적자에 허덕이고 있어 더 이상 연장 만기 연장과 유예 조치를 이어가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이로 인해 자영업자가 파산하면 건물주의 이자 부담이 커지고, 이는 전반적인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이어질 것이다. 부동산 침체는 아파트 대출 부실을 초래하고, 시중 은행 채권의 건전성을 악화시키고 결국 은행의 연쇄 파산, 국가의 신인도 하락을 가져올 수도 있다.

올 9월까지, 적어도 1년 안에 자영업자를 위한 특단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자영업자 살리기는 새 정부의 국정과제로 반드시 채택돼야 하고, 빠른 실천으로 이어져야 한다.

새 정부는 공약대로 곧바로 50조원의 추경 예산을 편성해 자영업자들이 깔딱 숨이라도 쉴 수 있게 긴급자금을 지원해야 한다. 야당으로 바뀔 더불어민주당도 자영업자 긴급 구제에 적극 협조하길 기대한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2년간 온라인 주문 배달음식 시장 규모가 2배로 증가했다. 지난 1일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온라인쇼핑 동향’(잠정)에 따르면 지난달 음식서비스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2조 244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3.0% 증가했다. 코로나19가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한 2020년 2월(1조 1353억원)과 비교하면 97.7% 늘어난 수준이다.

하지만 온라인 배달음식 주문 시장의 이익은 배달앱과 대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자영업자는 매출의 7~8%를 배달앱에 줘야 한다. 여기에 배달 건당 3000~5000원을 배달 업체에 내야 한다. 사실상 온라인 매출로는 이익을 내지 못하는 구조다. 현재 지자체 차원에서 ‘도토리 키재기’로 만들어 활용도가 낮은 공공배달앱을 정부 차원에서 만들어 자영업자에게 실제적인 도움을 줘야 한다.

특히 최근 대기업들이 막대한 자금을 넣어 배달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기존의 의류, 생활용품을 넘어 최근에는 배달음식 시장까지 진출해 시장을 장악해나가고 있다. 전국의 각종 특산물과 이름난 음식을 밀키트화해 각 가정으로 배달하고 있다. 자영업자는 거리에 이어 온라인 시장에서도 쫓겨날 위기다. 대형 마트들이 전통 상권을 침해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 처럼 정부는 배달음식 시장에 대기업이 참여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자영업자의 눈물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 그들이 없어지면 그 피해는 고스란이 모든 국민이 받는다. kscii@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