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 자활시설 ‘신선동 이전’ 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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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한 마을에 노숙인 자활시설 이전을 추진하는 법인과 이에 반발하는 주민들의 입장이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 시설 이전에 대한 설명회가 진행됐지만 노숙인 시설이 마을에 들어서는 것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주민들의 강경한 입장에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3일 영도구의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오후 4시께 영도구 신선동 행정복지센터에서 노숙인 자활시설 이전에 대한 주민 설명회가 진행됐다. 영도구의회 신기삼 의장, 더불어민주당 소속 백평효 의원, 국민의힘 소속 이경민 의원이 마련한 이날 설명회엔 영도구청과 자활시설 위탁운영을 맡은 (사)윈 관계자, 신선동 주민 20여 명이 참석했다.

불안감 등 마을 부정 영향 우려
주민 “동의 없는 시설 건립 반대”
사회 복귀 의지 지닌 노숙인 입소
위탁법인 “범죄자 집단 매도 말라”

90분간 이어진 설명회에서 운영사가 주민들에게 설립 취지, 운영 방향 등을 설명했지만, 합의점에 도달하지는 못 했다. 격양된 일부 주민들로부터 고성이 나오기도 했다.

윈은 노숙인 자활시설이 사회 복귀 의지가 분명한 노숙을 위한 것이고, 이들을 범죄자 집단으로 매도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해당 시설은 노숙인들에게 일정 기간 숙식을 제공하며 일자리 소개, 통장 개설 등 자활을 돕는다. 노숙인종합센터의 상담을 통해 구직 의사가 확인된 노숙인들이 입소 대상이다. 길거리에 쓰러져 있거나 긴급한 구호를 필요로 하는 노숙인이 머무는 노숙인 일시 보호소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윈 관계자는 “노숙인들이 이른 새벽에 출근하다 보니 시내버스 정류장과의 인접성을 감안해 시설 장소를 물색했다”며 “자활을 위해 노력하는 노숙인들을 깎아내리는 주민들의 반응에 당혹스러웠다”고 밝혔다.

주민들은 동의 없이 시설 건립이 추진된데다 노숙인 시설의 존재 자체가 마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며 반대했다. 특히 인근에 어린이집과 여자중학교가 있어 주민들의 불안감이 크다는 것이다. 시설 건립이 강행되면 부지 앞에 차벽을 세워서 공사를 막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겠다고 경고했다.

신선동 주민자치위원회 김진운 위원장은 “시설의 취지는 동의하지만 주민들과 소통없이 추진된 게 문제”라며 “‘님비(지역 이기주의)’라고 매도하기 전에 노숙인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주민들의 입장도 헤아려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부지 옆 건물에 거주하는 김형수(47) 씨는 “자활을 위해서라면 일자리가 가까운 공단 인근에서 시설을 운영하는 편이 낫다”며 “부지 앞에 차벽을 세워서라도 노숙인 시설 건립을 막겠다”고 말했다.

한편 윈은 지난해 12월 부산시와 5년간 노숙인 자활시설을 위탁 운영하기로 계약했다. 시설 이전은 부산시와 계약 조건에 따른 것이다. 영도구 대교동에서 20년 이상 운영된 현 시설에는 에어컨마저 없는데다, 사회복지시설을 개인 소유 건물에서 운영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게 이전 이유다.

현재 이 시설에는 정원 49명 중 18명이 생활하고 있다. 당초 윈은 올 7월 신선동 부지에 새 건물에서 운영을 이어갈 예정이었지만, 주민 반대에 부딪히면서 이 같은 계획도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김동우·손혜림 기자 fri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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