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운영’ 걱정 말라더니… 부산은행 동백전 시작부터 먹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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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지역화폐 ‘동백전’의 첫 장기 운영대행사로 선정된 부산은행이 첫날부터 서비스 중단사태를 일으켰다. 4월 첫 주말을 앞두고 나들이를 서두르던 시민과 자영업자 사이에서는 원성이 쏟아졌다.

하지만 동백전 운영 주체인 부산시는 주말 내내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대행사인 부산은행 역시 ‘시스템 접속 지연’이라는 말만 되풀이해 비난을 자초했다.

지역화폐 경험 없는 대행사
첫날 접속 몰려 서비스 중단
4일 오전 9시 재오픈 공지
동시접속자 예측부터 오류
트래픽 관리 역량 부족 자인
운영 주체 부산시 묵묵부답

부산시와 부산은행은 지난 1일 오후 2시부터 동백전의 신규 앱 다운로드가 가능하다고 공언했다. 코나아이에서 부산은행으로 대행사가 교체되는 과정에서 역대 최단 블랙아웃(서비스 중단)을 선보이겠다며 호언장담했다.

그러나 부산은행 동백전 서버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쏟아지는 신규 접속자를 감당하지 못했다. 접속 대기인원이 수만 명대에 이르며 항의가 빗발치자 부산은행은 백기를 들고 이날 오후 5시 서비스를 중단시켰다.

이에 대해 부산은행은 “새로운 앱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본인인증 절차에 단시간 접속자가 몰려 접속 지연이 발생했다”며 “4일 오전 9시부터 서비스를 재오픈하겠다”고 밝혔다.

꽃놀이가 절정에 달한 주말을 앞둔 1일 금요일 오후, 응당 결제 수요가 치솟을 수밖에 없는 시점이었다. 그러나 이날 오후 내내 먹통이 된 동백전 시스템 대기 화면을 앞에 두고 시민 불만이 쏟아졌다.

식당을 운영하는 A 씨는 “2시부터 오픈한다던 앱을 앱스토어에서 찾을 수도 없었고, 손님들한테 결제를 받아야 하는데 기존 앱은 아예 작동조차 하지 않았다”며 “부산은행 고객센터도 연결이 안되고 부산시 담당 주무관도 연결이 안 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동백전 서비스 중단 사태는 부산은행의 역량 부족이 주원인이다. 부산은행은 이전까지 지역화폐 플랫폼 운영 경험이 전무하다. 대행사 선정 입찰에도 전자금융기업인 KIS정보통신을 끌어들여 컨소시엄을 꾸린 끝에 대행사 자리를 차지했다.

특히, 부산은행이 시스템 중단 후 ‘4일부터 관련 시스템을 현재 대비 4배 수준으로 증설하겠다’고 해명한 부분도 비난을 사고 있다. 서비스 첫날 시스템에 얼마나 많은 접속자가 몰릴지 완전히 잘못 예측했다고 자인한 셈이다. 회원이 90만 명에 달하는 동백전 신규 앱을 같은 날, 같은 시간에 동시 다운받으라고 공지한 것 자체가 무계획의 극치라는 게 IT업계의 설명이다.

부산에서 스타트업체를 운영하는 B 씨는 “90만 명이 한꺼번에 몰릴 경우 어지간한 서버로는 동시접속자 관리가 어렵다는 건 초보 개발자도 안다”며 “지역별이든, 나이별이든 대상자를 나눠 별도 다운로드 링크를 보내거나 접속 시간대를 분산시켜야 하는 건 기본”이라고 전했다.

앱 개발자 C 씨도 “서버 일부에서 코드 오류나 병목 지점이 생겼는데 이를 그 자리에서 해결해 내지 못한 게 원인으로 보인다”며 “요즘은 IT 역량이 가장 강한 분야가 금융기관인데 지역화폐 사업하겠다는 은행이 서버 트래픽 관리를 못 하는 건 처음 봤다”고 꼬집었다.

부산은행이 수습에 여념이 없는 반면 부산시는 동백전 운영 주체임에도 주말 내내 아무런 해명이 없어 비난을 면하기 힘들다. 매월 1일은 지난달 캐시백을 소진한 시민이 재충전을 위해 접속이 몰린다는 사실은 누구보다도 시가 가장 잘 알고 있다.

꽃놀이가 절정인 지난 주말 내내 동백전이 먹통되면서 캐시백 혜택이 연계된 동백통과 동백택시 등 다른 플랫폼에까지 직·간접적인 영향이 이어졌다. 플랫폼 관리 역량도 없는 부산시가 사업자를 길들이기 위해 잦은 대행사 교체를 고집하다 그간 쌓아 온 ‘동백 브랜드’ 신뢰도마저 스스로 무너뜨렸다는 비난도 나온다.

따라서 이번 사태를 촉발한 부산은행이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와 시민들에게 보상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진다. 일각에서는 시민들이 이번 기회에 부산은행과 부산시 등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실시해 매번 되풀이되는 서비스 중단 사태에 따른 보상을 받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부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도한영 사무처장은 “지역사회 환원이든 어떤 좋은 의도도 결국은 지역화폐를 사용하는 시민이 불편하면 끝인데, 그걸 간과했다”며 “이번 사건이 동백전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져 자체 수익모델 설계나 지자체별 부가서비스 등 향후에 다른 사업까지 영향을 받게 되지 않을까 우려가 든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부산은행 관계자는 “시민에게 불편을 초래해 대단히 송구하다”며 “현재 서비스를 재개하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큰 불편을 겪은 시민들을 위한 보상 방안도 적극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상국·김 형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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