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새 정부 첫 총리에 한덕수, 책임총리제 안착하나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윤석열 정부의 첫 신임 국무총리로 지명된 한덕수 후보자가 3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로 걸어서 들어오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의 첫 신임 국무총리로 지명된 한덕수 후보자가 3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로 걸어서 들어오고 있다. 연합뉴스

새 정부 초대 국무총리로 한덕수 전 총리가 지명됐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일 한 전 총리를 경제안보 시대 총리 적임자로 발표한 것이다. 한 총리 후보는 김대중 정부에서 대통령 경제수석, 노무현 정부 때는 국무총리까지 올랐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주미대사, 박근혜 정부에서는 한국무역협회장을지냈다. 경력만 봐도 보수·진보 정권과 정파를 떠나 널리 중용된 실력파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게다가 호남 출신으로 새 정부에 ‘통합’ 이미지까지 줄 수 있다. 일부에서는 참신함이 덜하고 개혁적인 인물이 아니라고 평가하지만 여야 협치를 위한 적격자로 보인다.


‘제왕적 대통령제’ 권한 축소 절실

개혁정부 약속 대통령 실천에 기대


이제 남은 관심은 내각 인선과 함께 한 총리 후보가 책임총리가 될 수 있느냐에 쏠린다. 책임총리제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대선 후보 시절에 공통적으로 내건 공약이었다. 책임총리제에선 대통령과 총리가 업무를 분담해 국정을 운영한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극복하고 분권과 국정 효율성 강화를 위한 방안으로 꼽힌다. 대통령은 외교안보 및 국가 전략적 과제에 집중하고, 총리와 장관에게 헌법이 보장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는 게 이상적이다. 하지만 현재 헌법 체계와 정치 상황에서 책임총리제 도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총리는 국회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니 한계가 분명하고, 총리가 대통령과 이견이 발생할 경우 뜻을 거스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역사상 책임총리에 가장 가까웠던 경우는 김대중 정부 때 김종필 전 총리가 유일했다는 사실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김 전 총리는 ‘DJP 연합’으로 정권을 거머쥐면서, 일찍부터 초대 총리로 내정되어 있었다. 합의를 통해 내각 추천권과 권력의 지분을 지녔으니 대통령의 생각을 무조건 따를 필요가 없었다. 책임총리가 가능한 이유였다. 이번에 만약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총리를 맡았으면 책임총리제가 더 확실하게 이뤄졌을 것이다. 한 총리 후보가 ‘실세 총리’보다 ‘실무형 총리’가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어쩌면 당연하다고 하겠다.

관건은 책임총리제에 대한 당선인의 의지다. 총리 권한의 범위는 실질적으로 대통령 재량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한 총리 후보는 “대통령이 장관을 지명하고, 그 장관 지명자에게 차관을 추천받는 게 되면 공직사회 분위기가 굉장히 좋아질 것이다. 인사권자가 인사권을 책임 장관에게 주면 훨씬 팀워크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총리 후보의 책임장관제 건의에 당선인도 공감했다니 기대가 된다. 이번 대선 내내 제왕적 대통령제의 권한 축소가 화두였던 만큼, 새 정부에서는 총리 권한이 커져야 한다. 당선인은 공약집을 통해 ‘작은 청와대’와 ‘책임총리제’ 구현 방안을 밝힌 바 있다. 새 정부가 책임총리제를 실현하는 개혁정부가 될지 국민이 지켜볼 것이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