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항공 마피아’ 본색 드러낸 가덕신공항 용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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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신공항 조감도. 부산일보DB 가덕신공항 조감도. 부산일보DB

가덕신공항 완공 시기를 2035년으로 당초보다 6년이나 연기하는 방향을 담고 있는 국토교통부의 사전타당성 조사 용역 결과가 확인됐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차질 없는 진행을 누차 약속했고 여야 정치권도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까지 검토하는 단계에 이른 사안을 손바닥 뒤집듯 바꿨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2029년 개항을 목표로 했던 2030 부산엑스포 유치 활동이 치명타를 입을 수 있고 인천공항 장기 확장이 마무리되는 2035년이면 가덕신공항의 기능은 더욱 축소돼 유명무실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인천공항 몰아주기에 급급했던 국토부가 '항공 마피아'의 본색을 드러낸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부산엑스포 이후 2035년 개항이라니

국토부, 부울경 주민 염원 외면 말아야


이번 사전타당성 용역 결과를 보면 가덕도 육지를 낀 부산시의 제시안과 달리 활주로 위치가 바다로 빠지는 100% 해상공항으로 구상돼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섬 왼쪽 입출항 항로인 가덕수로를 오가는 선박의 높이 때문에 동쪽으로 활주로를 뺄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그러나 높이가 문제되는 선박의 부산신항 입항은 그 경우가 많지 않고 항공기 이착륙을 조정하면 충분히 해결 가능한 문제라는 점에서 설득력이 부족하다. 더구나 이렇게 되면 막대한 해상 매립 비용이 발생하고 공사 기간도 지반 침하를 막기 위해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 결과 사업비는 당초 7조 5000억 원에서 무려 2배 가까이 늘어난 13조 7000억 원으로 크게 불어났다.

이번 용역 결과는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윤석열 정부의 첫 국토부 장관 후보로 지명된 상황과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게 다가온다. 그동안 원 후보자는 제주 2공항의 신속한 추진을 정부에 요구해 왔고 가덕신공항 사업에 줄곧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한 인물이다. 그런 점에서 원 후보자가 현재 지지부진한 제주 2공항 건설에 무게중심을 둘 경우 가덕신공항은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거나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없지 않았다. 여기다 수도권 일극주의에 사로잡힌 국토부의 관성이 겹친다면 상상하기 힘든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주지하다시피, 가덕신공항은 오랜 기간 부울경 주민에게 희망고문을 안긴 사업이다. 가덕으로 하늘길을 열기까지 그 험난했던 여정은 필설로서 다 표현하기 힘들 정도다. 가덕신공항 건설은 현 정부의 핵심 사업이자 차기 정부에서도 연계해야 할 국가 역점 사업임에 틀림없다. 무엇보다 차기 정부의 새 내각에서 일하게 될 국토부 장관은 가덕신공항 건설이라는 대통령 당선인 공약을 실천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당초 윤 당선인이 받아들인 대로 한 치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한다는 뜻이다. 지역 정치권이 특별법 처리 뒤 대선 일정 등에 쫓겨 안일하게 대처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지역사회와 정치권이 인수위는 물론 차기 정부에 가덕신공항의 중단 없는 사업 추진을 강력하게 압박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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