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취학 아동, 비대면 학습 늘면서 ‘디지털 의존’ 심각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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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용 디지털 카메라. 각종 디지털 기기 사용에 익숙한 미취학 아동의 디지털 의존도는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독자 제공 어린이용 디지털 카메라. 각종 디지털 기기 사용에 익숙한 미취학 아동의 디지털 의존도는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독자 제공

미취학 아동들의 디지털 기기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진다. 코로나19로 인해 어린이집과 유치원 휴원 기간이 길어지고 비대면학습도 늘어나면서 가뜩이나 ‘디지털 네이티브’인 아이들로부터 디지털 기기를 떼어놓기가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유아들이 디지털 기기에 노출되는 시간을 최소화할 것을 조언한다.


태블릿PC·어린이용카메라 등

학교 입학 전 기기 사용 친숙

스마트폰 과의존도 조사서

유아가 성인보다 더 높은 추세

사용 시간 제한 지도 등 필요


만 4세 딸과 딸의 친구들과 함께 한 키즈카페에 간 이 모(38·수영구) 씨는 깜짝 놀랐다. 한 남자아이가 갑자기 딸에게 성적인 의미의 말을 하는 것을 들었기 때문이다. 당황한 남자아이의 부모가 “어디서 그런 말을 배웠냐”고 물어봐도 아이는 묵묵부답이었다. 그 자리의 어른들은 평소 스마트폰을 즐겨하던 아이가 유튜브에서 비슷한 표현을 배웠으리라 짐작했다. 이 씨는 “당시에는 겉으로는 웃어넘겼지만, 솔직히 너무 놀랐다”면서 “평소에 아이에게 유튜브 시청을 많이 보여주는데 아무래도 무분별하게 이상한 동영상에 노출될 수 있어서 조심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요즘 영유아는 초등학교 입학 전에도 스마트폰을 비롯해 디지털 기기 사용이 익숙하다. 특히 코로나19로 비대면 활동이 늘면서 학습도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학습지도 선생님이 가정에 방문해 종이 학습지를 풀던 예전과 달리 태블릿PC 등 디지털 기기를 활용해 비대면으로 한글이나 영어를 배우는 방식이다.

부모들은 디지털 환경이 이미 일상화돼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한 학부모는 “‘요즘 육아는 디지털 기기가 아니면 밥 먹이는 건 물론이고 학습이나 놀이 어느 것 하나 쉽지가 않다”면서 “아이들은 한번 시작하면 계속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놓지 않고 유튜브나 게임을 계속 하겠다고 해서 우려되기는 하지만 이미 있는 것을 안 쓸 수도 없는 노릇이다”고 말했다.

부산 해운대구에서 만 3세 딸을 키우는 최 모(35) 씨도 최근 아이에게 A 사의 ‘어린이용 카메라’를 사줬다. 5만~7만 원대에 판매되는 어린이용 디지털 카메라는 동물 모양의 외관으로 다음 달 어린이날을 앞두고 아이 선물 1순위로 꼽힌다. 최 씨는 “아이의 또래 친구들은 벌써 게임기를 가지고 있는 친구도 있는데 이번에 처음 디지털 기기를 사줬다”면서 “아이가 벌써 사용방법을 터득해 여기저기서 사진을 찍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도 부모들은 디지털 기기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아이들을 걱정한다. 박 모(37·금정구) 씨는 최근 5살 아들에게 자신의 태블릿PC로 매일 한 시간 정도 한글 공부를 시키고 있다. 박 씨는 “아이가 흥미가 있어서 태블릿으로 한글 공부를 시키고 있지만, 아이가 태블릿PC 사용법을 터득한 뒤에는 공부 도중에 계속 유튜브를 틀어서 계속 감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디지털 사회 문제 현황 진단을 위해 전국 17개 시도 1만 가구를 대상으로 한 실태 조사에 따르면, 유아(만 3~9세) 가운데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의 비율은 2019년 22.9%, 2020년 27.3%, 지난해 28.4%로 매년 높아지는 추세다.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증가 추세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같은 기간 18.8%, 22.2%, 23.3%를 기록한 성인보다도 오히려 더욱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다.

김남순 부산스마트쉼센터 소장은 “아이들에게 디지털 기기 사용을 아예 못하게 할 수는 없지만 일관성 있게 하루 30분 미만으로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면서 “부모가 스마트폰 의존도가 높을수록 자녀의 의존도도 높다는 통계가 있어 부모도 아이 앞에서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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