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힘 싣기 부담됐나… 민주, 산은 부산 이전 ‘어정쩡 행보’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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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에서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한국은행의 본점 소재지를 서울특별시로 한정한 내용을 삭제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는데, 이 법안이 제출 일주일 만에 철회된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대표 발의자인 민주당 김두관(경남 양산을) 의원 측은 공동 발의에 참여한 일부 의원이 부담을 느껴 철회 요청이 들어와 절차를 밟았을 뿐 국책은행의 지방이전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김 의원실은 재발의 단계를 밟고 있다고 부연했지만 이번 철회가 최근 민주당 내에서 산업은행 부산 이전에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목소리가 표출되는 등 ‘복잡미묘한’ 분위기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4일 발의된 한국산업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 한국수출입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 한국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 등이 지난 11일 철회됐다. 해당 법안의 내용은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본점 소재지와 한국은행 사무소 위치를 서울로 명시한 규정을 삭제하는 것이다.


‘본점 소재지 서울’ 삭제 법안 철회

일부 의원들 이전 공개적으로 반대

‘균형발전’ 당론 ‘말 바꾸기’ 지적

부산 민주 “공공기관 이전 꼭 해야”


김 의원실 관계자는 “공동 발의한 의원 중 한 분이 철회를 요청해왔다”며 “국회 관례상 의원 한 사람이라도 철회를 요청하면 철회하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발의를 위해 참여 의원들로부터 서명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시점을 특정할 수는 없지만 조만간 발의하게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철회를 요청한 의원을 묻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지만 최근 금융노조 측에서 민주당에 강하게 반대 의사를 피력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4일 금융노조는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를 찾아 산업은행 부산 이전 반대를 당론으로 채택해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금융노조 측은 산은뿐 아니라 수은, IBK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의 지방 이전으로 확대되면 파업 등 집단행동에도 나서겠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적극적으로 이끌어가고 있는 이슈라는 점도 상당한 부담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지방선거가 불과 40여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 국민의힘 주도의 어젠다가 집중 조명을 받고 있는 점은 선거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민주당 의원들도 공개적으로 국책은행 지방 이전에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다. 산업은행 본점이 위치한 서울 영등포를 지역구로 둔 김민석(서울 영등포을) 의원은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산은 지방 이전 공약을 철회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같은 당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인 오기형(서울 도봉을) 의원도 같은달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금융 네트워크가 조성돼있는 서울에 국제 금융허브를 조성해야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많은 전문가의 공통된 견해”라며 “서울을 금융허브로 육성하려는 계획에 심각한 차질을 초래할 수 있다”고 이전을 반대했다.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모습. 연합뉴스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모습. 연합뉴스

하지만 대선 국면에서 민주당 후보였던 이재명 상임고문도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강한 의지를 내세운 바 있는 데다 공공기관 이전과 국가균형발전은 민주당 당론인 만큼 ‘말 바꾸기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 고문은 선거 기간 구체적인 이전 기관 명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 결재를 하루 만에 다 끝내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부산 민주당에서는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부산 민주당 한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공공기관 이전 공약을 지켜나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당내에서 산업은행 지방 이전에 반대하는 기류가 감지되는 데 불편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금융계의 반발이 분명 있는 만큼 윤 당선인과 차기 정부에서 이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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