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부산, 과연 공연계의 블루오션일까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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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영 문화부 차장

“‘부산오페라하우스가 지어지는데 괜찮겠어?’ ‘부산시민공원에 국제아트센터가 생기는데 괜찮겠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부산에 왜 공연장을 지어 고생하냐고 묻는 사람도 있어요. 부산은 블루오션이라고 봤습니다.”

부산 뮤지컬 전용 극장 ‘드림씨어터’ 임현철 기획운영팀장의 말이다. 개관 3년을 맞은 드림씨어터는 지난 2일 관객 20여 명을 초청해 전문가와 함께하는 ‘마스터 클래스’를 열었다. 평소 궁금했던 공연장 실무와 공연이 무대에 올라가기까지의 뒷이야기를 들려주는 시간이었다.


개관 3년 뮤지컬 극장 드림씨어터

“공연장 많으면 콘텐츠·관객 늘 것”

오페라하우스·아트센터 신설 반색

관광객 유치·지역경제 기여 기대도


이날 강의를 맡은 임 팀장은 “공연장이 많이 지어질수록 공연이 많아진다. 상권 효과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며 새로 생기는 대규모 공연장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공연장이 많아질수록 콘텐츠가 많아지고, 콘텐츠가 많아질수록 공연장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며 부산 지역 공연 시장의 발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 때문에 그는 “공연장이 더 많이 생길수록 환호할 거다”며 “이런 인프라 구축의 효과를 생각해 부산에 뮤지컬 전용 극장을 짓게 된 거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드림씨어터의 개관이 부산 지역 경제에 기여한 바도 크다고 자평했다. 2019년 4월부터 2020년 2월까지 약 1년 동안 이곳을 찾은 관객만 21만 7000여 명이다. 이 기간 무대에 오른 8개 공연팀(배우·스태프 포함)이 부산에서 소비한 금액만 해도 최소 43억 원에 이른다는 추산이다. 이들의 숙박비(1일 8만 원 기준)와 식비(2만 7000원), 교통비(1만 원)만 단순 합산한 금액이다.

인근 부울경을 제외한 타 지역 관객들의 소비 지출도 적지 않다. 임 팀장은 “‘라이온 킹’ ‘스쿨 오브 락’ ‘매튜 본 댄스 뮤지컬 백조의 호수’ ‘오페라의 유령’ 4개 공연을 보러 온 타 지역 관객 수만 7만 3000여 명이다”며 “이들의 숙박비와 교통비, 식비만 합쳐도 150억 원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드림씨어터도 개관 첫 해를 제외한 2년은 코로나19 탓에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그럼에도 오는 2024년 개관을 목표로 하고 있는 부산오페라하우스나 2025년 개관 예정인 부산국제아트센터의 등장을 반기고 있다. 새 공연장이 새 콘텐츠와 관객을 창출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한편에서는 걱정의 목소리도 나온다. 부산에서 비용을 지불하고 공연을 소비하는 수요층은 한정돼 있는데, 한꺼번에 공연장이 너무 많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공공 공연장 운영에 지원되는 부산시 예산도 넉넉치 않은 상황이다. 그렇다 보니 오페라하우스나 국제아트센터 개관 초기에는 시의 지원이나 시민 발길이 상대적으로 신규 공연장으로 쏠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같은 공연·문화계의 지형 변화에 대비해 (재)부산문화회관 측은 문화회관은 클래식·순수예술 중심으로, 시민회관은 뮤지컬·대중예술 중심으로 특성화해 운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시설이 낙후한 두 공연장을 찾는 관객이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신규 공연장 확충만큼이나 기존 공연장의 시설 개보수가 시급한 이유다. 문화회관과 시민회관은 음향 문제나 장비 노후화, 주차 불편 등의 문제가 심각하지만, 예산 부족 탓에 시설 개선이 미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부산의 인구나 소득 수준에 비해 여전히 공연장이 태부족이라고 평가한다. 특히 부산오페라하우스의 경우 제대로 지어 운영한다면, 부산 시민뿐 아니라 전국의 관객이 찾고 싶은 공연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북항에 있는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 크루즈부두와도 인접해 있어 크루즈 관광객을 위한 체험 콘텐츠로도 활용 가능하다. 잘 지어진 문화시설은 관광객 유치에도 큰 도움이 된다.

이제는 공연장을 채울 콘텐츠를 고민해야 할 때다. 더 이상 외국이나 서울에서 만들어진 공연을 부산에서 재판매 하는 구조에 머물러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상훈 아트컨시어지 대표는 “‘메이드 인 부산’ 콘텐츠가 만들어져야 하는데, 10년 이상 걸리는 작업이 될 것이다”며 “그 역할을 부산오페라하우스 등 공공 극장이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부산에 민간 공연장과 공공 공연장이 확충되면서 전반적인 공연 문화가 한 단계 올라가는 전환점을 맞고 있다”며 “물론 부족하고 아쉬운 점도 많지만, 각 공연장이 동반 상승할 수 있도록 먼저 응원을 보내고 싶다”고 했다.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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