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단상] 대권 놀음 상관없는 경남도정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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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수 지역사회부 중부경남팀장

지난해 4·7 재보궐선거에 당선된 오세훈 서울시장은 ‘행정의 연속성’을 실행해 주목을 받았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추진했던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이 오 시장 당선 이후에도 ‘업그레이드’돼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는 2013년 서부경남 공공병원인 진주의료원을 폐업했다. 후임 김경수 전 도지사는 폐업 8년 만에 서부경남 공공병원 건립 계획을 다시 세웠다. 2027년 개원 예정이다.

이처럼 경남은 행정의 연속성이 끊긴 곳으로 유명하다. 전직 도지사들의 대선 출마로 인한 중도 사퇴와 낙마, 후임 도지사 정책 뒤집기가 다반사였기 때문이다. 오는 6월 1일 경남도지사 선거를 앞두고 후보마다 행정 연속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양문석 후보는 같은 당 소속이면서 직전 도지사인 ‘김경수 도정’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는 김 전 도지사의 청년·일자리정책을 이어가기 위해 자신을 선택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김두관이 길을 열고, 김경수가 길을 닦은 곳에서 거침없이 달리겠다”면서 “국민의힘 등 보수 정당은 관치경제 주도의 낡은 시대정신으로 경남을 이끌어 가려는 ‘같잖은 짓’을 하고 있다”고 폄하했다. 반면 국민의힘 박완수 후보는 대권에 휘둘리고 정책 연결성이 끊어졌던 경남도정을 비판했다. 박 후보는 “(국가 발전의 상징이었던)경남 경제가 나락으로 내몰렸다”면서 “쇠락의 원인은 잘못된 도정과 리더십 공백”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도정 공백으로 도민이 도정을 걱정하는 참담한 상황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면서 “경남도정이 개인의 정치적 행보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의당 여영국 후보는 “지난 10년간 경남도정은 ‘중도사퇴 도정’이었다”며 전직 도지사들의 대권 놀음에 대한 공격 수위를 더 높였다. 그는 “(전직 도지사들이)정치 야망을 위해 도지사직을 내던지거나, 구속되는 불안정한 도정 운영의 연속이었다”며 “경남도정에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사퇴의 그림자를 걷어 내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남도정이 과거와 단절하고 민생정치로의 대전환을 선택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후보들의 지적처럼 역대 민선 도지사들은 모두 대권과 무관하지 않았다.

대권을 꿈꾼 3선 김혁규 전 도지사는 임기 중인 2003년 12월 15일 갑작스러운 기자회견을 통해 중도 사퇴했다. 김두관 전 지사는 취임 2년여 만인 2012년 7월 주변 만류에도 불구하고 대선 출마를 위해 그만뒀다. 홍 전 지사는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진 대선에 나서기 위해 임기를 1년 이상 남기고 중도 사퇴했다. 김경수 전 지사는 2018년 국회의원직을 내려놓고 김태호 전 도지사와 격돌해 승리했다. 그는 곧바로 대권주자로 부상했지만 2021년 7월 대법원에서 ‘드루킹 사건’으로 유죄가 확정되면서 도지사직을 잃었다. 임기를 채운 전직 지사는 2선 김태호뿐이다. 당시 그에게 도지사 3선은 ‘따 놓은 당상’이었지만 대권 욕심 때문에 접었다. 민주사회에서 정권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하지만 올바른 정책은 정권과 상관없이 연속성을 유지해야만 도민의 삶의 질이 높아진다. 이제 경남도민은 대권 놀음과 상관없이 도민의 삶을 고민하는 도지사를 원한다. kks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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