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워커 장군 진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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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북·강서·사상구와 경남 김해·양산시. 낙동강 변을 낀 이 지역은 정치권에서 ‘낙동강 벨트’로 불린다. 전통적으로 보수 정당의 텃밭인 영남권에서 2012년 19대 총선부터 각종 선거철마다 더불어민주당이 강세를 보이거나 선전해 온 선거구여서다. 이곳은 6·1 지방선거에서도 여야 간 격전지로 꼽힌다. 이 지역에 출마한 민주당 기초단체장 선거 후보들은 지난 10일 임기를 마치고 양산 사저로 귀향한 문재인 전 대통령의 후광 효과를 기대하며 4년 전 지방선거전 승리를 사수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국민의힘 후보들은 3·9 대선을 통해 집권당이 된 바람을 타고 낙동강 벨트 탈환을 노리고 있다.

낙동강 벨트를 생각하다 보면, 1950년 6월 25일 발발한 한국전쟁에서 낙동강 전선을 지켜 낸 영웅 월턴 워커(1889~1950) 장군이 연상된다. 그는 한국전에 파병된 미 8군의 사령관이다. 당시 계급은 중장. 워커 장군은 전쟁 초기 북한군에 밀려 패퇴를 거듭한 상태에서 낙동강을 최후의 보루로 삼아 이른바 ‘워커 라인’을 구축한 뒤 전선을 방어하는 데 성공했다. 그가 부하들에게 남긴 ‘버티지 못하면 죽음’(Stand or die)이라는 말은 유명하다. 낙동강 방어선 전투의 승리 덕분에 인천상륙작전이 펼쳐지며 전세의 역전이 가능했다. 워커 장군은 1950년 12월 23일 전방 순찰 중 교통사고로 전사했다.

부경대가 17일 오후 3시 캠퍼스에서 워커 장군과 한국전 참전 유엔군 사망자들의 넋을 기리는 진혼제를 봉행한다. 이는 부경대 안에 한국전쟁 때 유엔사령부 건물로 사용된 워커하우스가 존재하며, 인근에 세계 유일의 유엔군 묘지인 유엔기념공원이 있기 때문이다. 부경대는 지난해 10월 10일 부산문화회관에서 워커 장군을 추모하는 제1회 유엔평화음악회도 열었다. 부경대 측은 “워커 장군과 유엔군의 업적을 잊지 않을 목적으로 진혼제를 마련했다”면서 “선양사업을 위해 교육부 지원을 받아 워커하우스를 기념관으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이번 진혼제는 오는 20~22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시기에 양국 우호를 증진할 수 있는 행사여서 의미가 크다. 더욱이 올해 한·미 수교 140주년을 맞은 데다 최근 북한이 핵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는 만큼 그 어느 때보다 강화된 한·미동맹 관계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굳건한 안보 태세가 확립돼야만 대북 정책이든, 한·중 외교 문제든 유연한 대처가 가능할 테다. 살아서 한국을 살리고 죽어서는 한·미 친선에 가교 역할을 하는 워커 장군의 명복을 빈다. 강병균 논설위원 kb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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