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석마을·소막마을 역사, 작품으로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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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동 비석마을과 우암동 소막마을의 역사가 작가의 작품으로 소개된다.

김제원 작가의 ‘제3의 공간: 끝의 시작’ 전시가 부산 사하구 다대동 홍티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2022 부산문화재단 홍티아트센터 입주작가 릴레이 개인전 ‘끝의 시작’ 두 번째 전시로 18일까지 이어진다. 군산 출신인 김 작가는 한국, 일본, 미국, 유럽 등에서 장소 특정적 설치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홍티아트센터 입주작가 김제원
‘제3의 공간: 끝의 시작’ 개인전
피란민의 삶과 빛나는 의지 담아

김 작가는 부산 서구 아미동 비석마을과 남구 우암동 소막마을의 역사와 이야기를 조사·연구했다. 이번에 전시하는 ‘끝의 시작(상)’과 ‘끝의 시작(하)’는 이 연구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한국전쟁으로 부산에 도착한 피란민 중 일부가 아미동과 우암동에 자리 잡았다. 곡정(아미동)은 일본인들의 공동묘지가 있고, 적기(우암동)에는 조선의 소를 일본으로 수탈하기 위한 소 막사가 있었다.

김 작가는 두 지역에 자리 잡은 피란민의 삶에 주목했다. “조사를 하며 삶의 막다른 끝에서 아무것도 가진 것 없지만 살고자 하는 의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작가는 피란민들이 만들어낸 가장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형태의 ‘집’ 이미지를 작품에 담아냈다. 김 작가 자신도 군산에 터전을 잡은 피란민 3세대이다.

텐트 형식으로 만들어진 설치작품은 아미동 답사 자료와 옛 사진을 ‘녹는 종이’에 그려냈다. 녹는 종이는 작가가 2018년부터 사용한 재료이다. 종이에 그린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이 물에 녹아 사라지면서 또 다른 세계가 만들어진다. 전시장에 걸린 이불은 우암동 소막마을에 터를 잡은 피란민들이 이불, 천 등을 걸어 타인과의 공간을 구분한 것을 의미한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당시 사진을 그려 천에 프린트하고, 그 위에 목탄으로 다시 그림을 그렸습니다. 목탄을 사용한 이유는 일제강점기에 목탄 생산량이 가장 늘어났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걸 작품에 반영하고 싶었습니다.”

전시장 바닥에 지도와 램프처럼 보이는 것이 놓여있다. “옛 자료를 따라 그린 종이를 다대포 앞바다 바닷물로 녹였더니 지도처럼 보이더군요. 종이 건조 과정에서 소금이 생겨난 것이 재미있어 비석마을에 버려진 램프 형태의 나무틀을 가져다 안에 불빛과 함께 넣었어요.” 관람객에게 이제는 잊힌 피란민들의 삶을 안내하는 등대와 같다.

김 작가는 인터넷에서 두 마을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면 귀신·공동묘지 같은 자극적인 것만 부각된다고 했다. “현장에 직접 가서 느낀 것은 삶의 끝에서 만들어진 생명력, 집과 그 집에서 사는 사람들의 빛나는 의지 같은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라이트를 사용하고 싶었습니다.” 051-263-8663. 글·사진=오금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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