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그라든 ‘젊치인’ 출마… 참신한 바람 요구 금세 잊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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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선거판에 몰아친 ‘젊치인(젊은+정치인) 출마 열풍’이 결국 반향을 일으키지 못한 채 사그라들었다. 예상과 달리 6·1 부산 지방선거에 나서는 2030세대 후보자가 4년 전보다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이 도전하기에는 여전히 기성 정치권이 구축한 ‘현실정치의 벽’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16일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최근 부산 지방선거 후보 등록을 마감한 결과 2030세대 시·구의원 후보 수는 4년 전보다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시의원은 9명(더불어민주당 6명, 국민의힘 3명)으로 4년 전 7회 지방선거(13명) 때보다 줄었으며, 이는 6회(14명) 때와도 큰 차이를 보였다. 출마 경쟁이 뜨거웠던 구의원도 결국 7회 때보다 5명 줄어든 46명이 최종 후보로 등록했다.

2030세대 후보자 4년 전 대비
부산 지방선거 출마 되레 줄어
대선 후 ‘국힘 우위’ 점쳐지면서
기성 정치인 너도나도 자리 꿰차

하락 폭은 크지 않지만, 그간 청년 정치인들이 받아 온 관심에 비하면 실망스러운 결과다. 앞서 초접전 3·9 대선에서 2030세대가 최대 ‘캐스팅 보트’로 떠올랐고, 중앙·지역 정치권에서 이들 표심을 겨냥해 젊은 예비 정치인들로 구성된 청년선대위, 청년보좌역 등을 잇따라 내놓았다.

대선 이후에도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 등 젊은 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정치권에 참신한 바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실제 2030세대와 정치 신인들의 지방의원 예비후보자 등록이 이어지며, 이들이 대거 본선에 오를 것으로 기대됐다.

부산 지선에서 청년들이 외면받은 것을 두고는 국민의힘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크다. ‘청년 공관위’를 꾸리며 공천 혁신을 외쳤지만 결국 단순 수치로는 4년 전보다 못한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대선 승리 이후 부산에서도 국힘의 우위가 점쳐지면서 기성 정치인들이 너도나도 나와 다시 청년을 제치고 자리를 꿰찬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비례대표도 3번까지 민주당은 모두 2030세대이지만, 국힘은 없다.

이에 따라 각 정당의 공천 시스템 혁신 없이는 청년들이 ‘정치 활로’를 뚫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관위가 독립성을 완전히 보장받지 못한 채 유력 정치인들에게 휘둘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구의원 공천에 도전했던 한 30대 당원은 “새로 도입한 기초자격평가(PPAT)도 고득점을 받는 등 노력했지만 결국 별다른 이유도 없이 당협위원장 입김에 따라 경선 기회를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

청년 스스로 경험과 인지도를 쌓을 수 있도록 여러 교육이나 정치참여 기회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 청년들도 역량이나 정치 경험이 부족해 시민들에게 신뢰받지 못한다는 지적도 잇따르는 상황이다. 또 경선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인지도 경쟁에서 기성 정치인에 밀릴 수밖에 없다.

부경대 차재권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청년 정치인은 비록 정치력이나 역량이 부족할 수 있으나 참신한 아이디어, 정책으로 지역사회에 기여한다”면서 “청년들이 ‘정치 커리어’를 가지고 도전할 수 있도록 정당에서 지속적인 교육·관리시스템을 만든다거나, 의무 공천 할당을 늘리는 등 청년을 위한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lee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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