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차 판매 12년 만에 ‘최저치’ 친환경 기조에 비싼 경윳값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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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분기 국내 경유차 판매가 1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최근들어 친환경차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완성차 업체들이 경유차 생산을 줄이고 있고, 경유 가격 고공행진으로 소비자 수요도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와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판매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승용차 시장에서 경유 모델 판매량은 4만 3758대(국산 3만 4834대, 수입 8924대)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7만 4346대(국산 6만 1516대, 수입 1만 2830대)보다 41.1%나 줄어든 것이다.

1분기 판매량 41% 곤두박질
점유율 13%, 2008년 이후 최저
완성차업계 판매차종도 확 줄어

점유율로 보면 올 1분기 경유차 판매 비중은 13.3%로 2008년 18.5% 이후 최저치다. 불과 5년 전인 2017년의 36.4% 대비 3분의 1에 불과한 수준이다.

경유차 점유율이 가장 높았던 2015년의 경우 경유 승용차 판매 비중은 국산차의 경우 41%, 수입차는 68.8%였다. 수입차는 이후 2015년 폭스바겐의 ‘디젤게이트(배출가스 조작 파문)’를 겪으면서 내리막길을 걸었고, 2017년 47.2%, 2019년 30.3%, 2021년 14.1%로 점유율이 감소했다.

이 같은 경유차 점유율 감소는 친환경차에 대한 인기에다 경유 가격이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유차는 2010년대 중반까지 뛰어난 연료 효율과 강한 힘(토크)을 기반으로 인기가 높았지만 디젤게이트 이후 전세계적인 탄소중립 트렌드가 계속되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경유차 비중을 줄이고 있다.

휘발유보다 비싸진 경유 가격도 경유차 수요 감소를 가속화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 사이트인 오피넷에 따르면 16일 기준 전국 평균 경유 가격은 1970.83원으로, 휘발유 가격(1959.07원)보다 높다. 지난 11일 14년 만에 경유가 휘발유 가격을 넘어선 뒤 가격 역전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국제 경유 가격은 유럽을 중심으로 한 경유 재고 부족 상황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촉발된 석유제품 수급난 영향으로 역대 최고 수준까지 오른 상태로, 경윳값 고공행진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국내 완성차 업계의 ‘탈경유화’는 판매 차종에서도 확연하다. 완성차 5개 사를 기준으로 올해 1분기까지 판매된 경유 승용차 모델은 총 16종으로, 2018년 40종에 비해 3분의 1 이하로 줄어들었다.

수입차 업체들도 경유차 판매를 기피하는 추세다. 올해 1분기 기준 KAIDA에 등록된 25개 브랜드 가운데 볼보, 폴스타 등 16개 브랜드가 경유 모델을 판매하지 않고 있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점유율이 확대될 경우 디젤차의 비중은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면서 “전기차 소비가 정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2030년께는 디젤차 점유율이 미미한 상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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