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통합" 한 총리, 균형발전 컨트롤타워 기대한다
지난 20일 진통 끝에 국회 인준을 통과한 한덕수 국무총리가 23일 오전 취임식을 갖고 윤석열 정부의 첫 총리로서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했다. 노무현 정부의 마지막 총리이기도 했던 한 총리는 이날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에 참석해 유가족을 위로하고 여야 정치권 인사들과의 만남도 가졌다. 한 총리의 이날 행보에서 주목되는 것은 “수도권과 지방이 함께 잘사는 나라를 만들겠다”면서 “지역균형발전에 기여하겠다”고 강조한 발언이다. 한 총리가 밝힌 균형발전 의지가 의례적인 말에 그치지 않고 실효적인 성과를 내는 노력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강력한 균형발전 추진해 실질 성과 내야
수도권과 지방 간 격차 해소가 통합의 길
한 총리는 취임사를 통해 지역균형발전에 기여하는 방법으로 기업의 지방 이전을 촉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역 경제 침체와 취업난으로 지역 인재 등 청년층이 수도권으로 대거 이탈함으로써 소멸의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는 지방 주민들의 오랜 염원이다.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확보해 젊은 층 유입을 늘려 지역 경제와 사회에 새로운 활력이 돌도록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비수도권에서 공공기관의 2차 지방 이전을 지속적으로 촉구하는 것은 이 같은 이유에서다. 하지만 2003년 출범한 노무현 정부 때부터 이러한 방법을 앞세워 추진한 균형발전 정책은 수도권 중심주의에 밀려 지지부진하기만 하다. 한 총리가 기업의 지방 이전 약속에 책임을 지기 위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대목이다.
실제로 그동안 정부가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중앙부처가 관리하는 370개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을 독려했으나, 여전히 44.3%나 되는 164개 공공기관은 수도권에 몰려 있을 정도다. 상당수 공공기관은 업무나 서비스 측면에서 수도권에 소재할 별다른 이유도 없는 실정이라고 한다. 이런 점으로 미뤄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새 정부의 정책과제로 선정된 국책은행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도 자칫 제자리를 맴돌 공산이 크다. 벌써부터 이 은행 노사가 반대 의사를 강하게 표명하고 있어서다. 여기에 한 총리의 풍부한 행정 경험과 해결사 역할이 요구된다. 새 정부와 한 총리가 내건 ‘수도권·지방이 함께 잘사는 나라’의 열쇠는 수도권 일극주의 타파인 까닭이다.
과도하게 팽창하며 국가 경쟁력을 갉아먹는 수도권 일극화를 종식하려면 정부부처에 흩어져 성과가 미미한 각종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조율·통합할 수 있는 강력한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한 총리가 사명감을 갖고 이 소임에 충실하며 균형발전 정책의 추진력과 효율성을 높이지 않으면 균형발전의 실질적인 효과는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한 총리는 취임사에 이어 봉하마을 방문으로 국민통합의 메시지도 내놓았다. 통합의 길은 수도권·비수도권 간 균형발전과 국민 전체의 행복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새 정부가 진정한 지방화 시대를 여는 데 한 총리가 최선을 다할 것을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