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6년 ‘금단의 땅’ 부산항 북항, 마침내 시민 발길을 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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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부·부산항만공사


단절됐던 ‘금단의 땅’ 부산항 북항 일부 구간이 이달 초에 개방되면서 부산의 대변혁을 알리는 이정표를 세웠다. 북항이 오롯이 시민 공간으로 개방된 것은 1876년 부산항 개항 이후 무려 146년 만이다. 친수공간이 봄나들이 계절에 맞춰 문을 활짝 열어젖히자 시민들도 한껏 기대에 부풀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부산항 북항을 찾아 부산 핵심 현안들에 대한 지원을 거듭 약속했고,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은 취임 후 부산을 찾아 북항 2단계 재개발사업에 속도를 내겠다고 약속해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5월 4~8일 보행덱·친수공간 등 개방
1만 2000여 명 찾아 재개발 기대감
올해 1단계 기반시설 완공 목표 ‘속도’
2단계는 부산세계박람회 마중물 역할

■친수공간·공공시설 전면 개방

30일 해양수산부 부산항북항통합개발추진단과 부산항만공사(BPA)에 따르면, 2008년 시작된 북항 1단계 재개발사업은 유휴시설이 된 노후 항만 배후부지(153만 ㎡)를 재개발 해 시민을 위한 친수공간으로 조성하는 사업이다. 북항 1단계 구역이 친수공원 및 경관수로, 마리나, 오페라하우스, 해안조망대, 해양레포츠콤플렉스 등 시민들이 즐기고 체험할 수 있는 여가·문화공간으로 새로워진다.

이번에 개방된 공공시설은 보행덱, 보도교, 친수공원(11만 5000㎡), 경관수로(1.25km), 야생화단지(8만 9000㎡)이다. 축구장 17개 크기의 친수공원은 전체가 바다와 접해 있고 경관수로를 따라 조성된 산책길을 걸으며 북항을 즐길 수 있다. 부산역과 북항을 잇는 보행덱(폭 60m)도 산뜻하게 자리했다. 향후 랜드마크가 들어설 부지에는 유채꽃을 심어 5월의 북항을 노란색으로 물들여 놓았다. 잔디밭도 푸르름을 잔뜩 머금어 싱그럽다.

강준석 부산항만공사 사장은 “1단계 기반시설 공사가 마무리된 후 일괄적으로 개방하려고 했지만, 10년 이상 진행되고 있는 사업으로 시민들의 피로감이 커지고 북항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 우선 개방했다”고 밝혔다. 시민들도 “146년 만에 북항이 돌아왔다”며 반색하고 있다. 개방 행사 기간(5월 4일~8일) 동안 약 1만 2000여 명의 시민들이 북항을 찾았고, 새로운 북항과 ‘글로벌 해양 관광도시 부산’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감도 더욱 커졌다.



■공사 중단 등 난관 극복…사업 순풍

물론 북항 재개발 추진 과정에서 복합환승센터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의 특혜 의혹, 트램(노면전차) 논란 등으로 인해 공사가 중단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남재헌 부산항북항통합개발추진단장은 “사업추진 과정에서 적지 않은 갈등과 시행착오를 겪어 왔는데, 그때마다 전문가와 시민단체, 지자체 및 정부 관계자들과 문제 해결안을 찾는데 노력해 왔다”고 그동안의 사정을 전했다. 최근에도 북항 재개발사업으로 인한 조망권 침해, 생활형 숙박시설 도입, 랜드마크 공공성 확보 문제 등 추진 과정에 어려움은 있지만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도출하고 지속적인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이렇듯 북항 재개발사업은 개발 주체 간 이해관계 등 곡절을 이겨내고 순풍에 돛 단 듯 ‘부산항의 향후 100년 사업’이 결기 있게 진행 중이다.

더불어 윤석열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에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가 선정되면서 북항 2단계 재개발사업에도 힘이 실렸다. 북항 재개발사업은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 가덕도 신공항 건설 등과 함께 부산을 대개조할 수 있는 대형 프로젝트다. 특히 북항 재개발사업은 부산 엑스포 유치, 원도심 대개조 등 다른 사업과도 긴밀하게 엮여있다.

이번 북항 친수공간 시민 개방은 북항 1·2단계 재개발사업 완공 및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한 마중물 역할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1단계 기반시설 완공...2단계 '가속도'

북항 1단계 재개발사업은 부산을 ‘동북아의 해양수도’로 탈바꿈하기 위한 첫 단계로, 올해 기반시설 완공을 목표로 한창 진행 중이며 공공콘텐츠 상부시설들은 올해 말 착공에 들어간다.

부산항기념관과 해양레포츠콤플렉스, 공원시설 등 공공콘텐츠 시설은 올해 6월 사업계획을 고시한 뒤 올 하반기부터 순차 착공해 2024년 말 완료할 예정이다. 스윙브릿지, 해안조망대 시설은 올해 말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해양레포츠콤플렉스와 연계해 운영 예정인 마리나 시설은 올해 12월 준공 예정이다. 이곳에는 수영장과 스킨스쿠버장, 공연장, 수변카페, 숙박시설이 들어설 예정으로 해양레저인들의 관심과 기대를 모으고 있다. 부산시가 짓는 오페라하우스 공사도 현재 30%의 공정을 보이고 있다. 마리나와 오페라하우스가 완공되면 북항에는 호주 시드니 달링하버(Darling Harbour) 지역의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조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 2024년 상반기 착공 예정인 트램도 부산 도심과 북항재개발 지역을 가로지르는 부산의 새로운 명물이자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1단계 사업이 개방적 친수공간 조성을 위한 공공시설 중심의 재생사업이라면, 2단계는 항만·철도·도심을 함께 개발하고 다양한 기능을 유치하는 콤팩트 복합도심 조성 사업이다. 현재 2단계 예비타당성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조승환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 적극 지원”

조승환 해수부 장관은 국책사업인 부산항 북항 1·2단계 재개발사업을 차질없이 진행해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적극 지원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조승환 장관은 지난 25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북항재개발에 대한 애정, 엑스포 유치를 바라는 마음은 누구보다 강하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잘 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주고 도와주신다면 부산엑스포 유치에 지장 없는 수준으로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밝혔다.

해수부에 따르면 2008년 착수한 북항 1단계 재개발사업은 현재 공정률이 93% 정도로, 늦어도 올해 말까지 부지조성공사가 마무리 될 예정이다. 이후 2024년에는 충장로 지하차도와 복합환승센터가, 2027년에는 트램이 순차적으로 개통되는 등 2027년까지 교통시설이 완성된다. 2024년까지 오페라하우스와 부산항기념관, 공원시설, 해양레포츠콤플렉스 등 공공콘텐츠도 개장할 예정이다.

조 장관은 “북항 2단계 재개발사업은 예비타당성조사 등 행정절차를 조기 완료해 2024년 초에 착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2027년까지 자성대 컨테이너 부두, 양곡부두 등 항만시설과 부산진역 CY(컨테이너 야드) 등 철도시설도 이전·재배치하는 등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2030부산세계박람회가 북항 일대에서 개최될 예정이기 때문에 ‘북항 2단계 예타’를 조속히 완료하는 게 숙제다.

해수부 관계자는 “오랫동안 단절돼 있던 원도심과의 실질적 연계를 통해 원도심 활성화의 기반이 될 북항 재개발사업, 해양관광 중심지로 새로워질 ‘북항 시대’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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