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칼럼] 모두를 위한 치과 주치의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조병준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공동 대표·참 치과 원장

부산시 동래구에는 부산시 유일의 맹학교가 있다. 유아부에서 성인부까지 백여명의 학생들이 다닌다. 그곳에 지난 2002년 보건복지부 예산으로 구강보건실이 설치됐다.

일년에 2번 보건소에서 검진과 예방관리를 하고, 지역 치과의사 몇몇이 치료를 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선생님과 학부모 등 두세명이 잡고 어르고 달래며, 충치 하나 치료하는데 한시간이 소요되기도 했다. 그런데 몇년 지나고 나서부터는 기존 학생들은 치료할 치아가 많이 줄어 들기 시작해 근래에는 간단한 초기 충치나 경미한 치석 제거만 하면 될 정도가 됐다.

20여년 동안의 동래구 맹학교 학생들의 건강해지는 구강상태를 보며, 특수학교 구강보건실과 예방관리를 위한 치과 주치의 사업에 많은 보람을 느꼈다. 그리고 이 사업을 통해 학생들의 구강 건강증진과 구강건강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다는 확신도 생겼다.

부산의료원 장애인 구강진료센터에서는 2019년 시범사업을 거쳐 장애인 치과 주치의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의료진이 하루 종일 10~20개의 치아를 치료해도 수 년후에 또 다시 반복되는 시술을 받아야 한다. 관계자에 따르면, 장애인 치과주치의 사업이후 일년에 2번 예방관리를 하면서 진료받으러 오는 장애인들의 구강상태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고 한다.

장애인 구강진료센터에서 전신마취를 해야하는 장애인들은 일반 치과에서는 예방관리조차도 어렵다. 지금 당장 가도 3개월은 대기해야 하며, 부산의 중증장애인이 지금 개소중인 장애인 구강진료센터 치과체어에 누워 한번씩 진료를 받는데만도 십수년이 걸릴 것이라는 기사도 있다.

한국의 치과외래지출은 2001년 1조 4천억원에서 2019년 10조 4천억원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또한 치과 의료비의 가계 부담 비중은 58.8%에 이르러 독일 24%, 일본 21.6% 보다 훨씬 높다. 따라서 사회경제적 격차에 따른 구강건강의 격차도 심화되었다고 예상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부산시의 약 15조에 이르는 예산에서 주민들의 구강건강을 위한 사업비는 20억여 원에 불과하며, 구강보건 전담부서조차 없다.

구강건강은 개인의 지갑이나 봉사가 아닌, 국민이면 누구나 누릴수 있는 권리이어야 한다. 부산시는 시민들의 구강 건강증진과 구강 건강격차를 줄이기 위한 사업과 예산을 편성하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 다른 지역의 노인보다 2개정도 치아가 부족한 부산의 노인을 위한 노인 치과주치의, 예방관리를 받기위한 장애인 치과주치의 제도를 부산시에서 확대 시행해 주었으면 한다.

코로나를 겪으며, 공공의료, 지방정부의 역할이 얼마나 시민의 건강에 중요한지 알게 됐다. 6월 9일 구강보건의 날을 맞아 ‘모두를 위한 치과주치의, 누구나 누리는 구강건강’과 같은 슬로건이 부산시민 건강을 위해 부산시청에 걸리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