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출발은 송강호… 작품 속 부산 해변 찾아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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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브로커’ 히로카즈 감독

송강호가 칸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브로커’ 스틸 컷. CJ ENM 제공

“본인의 대사를 중간에 끊는 게 (연출상) 더 좋겠다고 말하는 배우는 처음이었습니다.”

영화 ‘브로커’로 배우 송강호에게 제75회 칸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안긴 고레에다 히로카즈(60)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8일 영화 개봉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히로카즈 감독은 “우리 영화의 출발점은 송강호였다”며 “작품을 만들며 매일 송강호의 듬직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현장서 매일 송강호 듬직함 느껴
칸 남우주연상 수상 ‘엄청난 경사’
가족 되어가는 색다른 여정 그려
부산 담은 영화 제작 목표 성취도

히로카즈 감독은 2018년 ‘어느 가족’으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일본의 거장 감독이다. ‘브로커’는 히로카즈 감독이 송강호와 강동원, 배두나, 이지은 등 한국의 톱스타급 배우는 물론 영화사 집·CJ ENM과 함께 작업한 첫 한국영화다. 영화는 베이비박스를 둘러싸고 관계를 맺게 된 이들의 예기치 못한 여정을 담는다. 히로카즈 감독은 이날 송강호의 수상을 언급하며 “봉준호·이창동·박찬욱 감독 작품에서 상을 받았어도 이상하지 않은 배우인데 제가 연출한 작품으로 상을 받아 조금 송구한 마음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이 작품에겐 최고로 기쁜 상이 됐다. 엄청난 경사”라고 웃었다.

이번 작품의 각본 작업에 앞서 히로카즈 감독은 발로 뛰며 취재했다. 크랭크인을 앞두곤 봉준호 감독의 조언도 받았단다. 봉 감독은 히로카즈 감독에게 “현장이 시작되면 송강호에게 다 맡겨라. 그는 태양과 같은 존재”라고 했는데, 실제로 송강호의 도움을 많이 받았단다. 히로카즈 감독은 “한국어의 미묘한 뉘앙스 같은 걸 모르는 상황에서 송강호의 의견에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송강호가) 하루도 빠짐없이 전날 촬영 편집본을 확인한 뒤 의견을 줬다”고 했다. “송강호 배우를 보고 짤막한 대사 하나에도 사람의 감정을 이렇게나 흔들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가끔 제 연출을 칭찬해줄 땐 기분이 좋더라고요.”

히로카즈 감독은 ‘아무도 모른다’(2004),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 ‘어느 가족’ 등 여러 배우가 주인공인 가족 혹은 유사 가족 영화를 만들어왔다. 이번 작품은 이전의 영화들과 사뭇 다른 결의 느낌을 풍긴다. 감독은 전작인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를 이번 영화의 모태라고 밝히면서 “모성이란 단어에 좀 더 집중해 깊이 탐구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어느 가족’과 ‘브로커’는 형제 같은 이야기입니다. 모두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로부터 태어난 작품이죠. ‘어느 가족’은 직접 낳지 않았지만, 어머니가 되려고 하는 여성의 이야기잖아요. 이번엔 두 명의 여성이 각기 다른 과정을 통해 어머니가 되는 이야기에 초점을 두었지요.”

히로카즈 감독은 부산을 ‘영화적인 도시’라고 했다. 자신의 첫 한국영화 촬영지로 부산을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감독은 “부산을 정말 좋아한다”며 “전 세계 영화제 중 부산국제영화제를 15번 정도로 가장 많이 참석했다”고 웃었다. 그는 “부산이란 도시엔 높낮이가 있다”며 “산과 바다, 언덕, 산, 비탈길, 계단 같은 요소를 영화에 녹여내고 싶었다”고 했다. “부산을 기점으로 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구시가지와 교회, 아름다운 해변을 두루 담고 싶었는데 이번 작품에서 두 가지 목적을 다 이뤘죠. 홍경표 촬영감독이 추천한 부산의 한 해변도 영화에 담았으니 한번 찾아보시길 바랍니다.(웃음)”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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